[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강기정號에 거는 기대

박호재 2022. 6.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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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힌 물고기 먹이 주겠느냐’ 조롱거리 된 광주의 서글픈 자화상 깨트려주기를

'새로운 광주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오는 7월 1일 취임을 앞두고 있는 강기정 당선인./ 강기정 블로그 캡처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광주 시정을 이끌 선장이 바뀌었다. 새로운 선장은 강기정 당선인이다. 그가 키를 잡은 강기정호는 7월 1일 출항한다.

선장은 시민이라는 승객들에게 미리 항해일지를 밝혔다. 군공항 이전을 통한 무안공항 관문 공항 육성,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복합쇼핑물 유치, 영산강 관광개발, 광주 시내 수소 트램 설치 등등 항해일지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시민 승객들을 가슴 벅차게 한다.

그러나 항해일지는 항해일지일 뿐이다. 의욕 넘치는 선장 한 사람만으로 배가 순항할 수는 없다. 큰 배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여러 전문가들의 충실한 협력이 필요하다. 항해사, 갑판장, 기관장, 통신사 등이 손발을 잘 맞춰야 배가 산으로 가지 않는다.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잘 써야 한다는 얘기다. ‘인사가 만사’라는 YS의 언급은 여전히 명언이다. 물론 스스로도 잘 지키지 못했지만.

사람을 못 구해 인사를 실패한 사례는 드물다. 널리 인재를 구하려고 한다면 140만 광주 시민 중에 어디 쓸 만한 사람 없겠는가. 인사를 망치는 것은 대부분 다른 이유가 아닌, 지도자의 망막에 씌워진 진 탁한 가림 막 때문이다.

품 안의 사람들만 쓰려고 고집하는 논공행상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인사가 이뤄질 리 없다. 역대 시장들 또한 항해일지도 훌륭했고, 선장으로서 훌륭한 프로필을 지녔지만 대부분 단임에 그쳤다. 그들이 이끈 항해에 시민 승객들이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사 실패가 큰 원인이었다. 높은 선교에 있는 선장과의 소통은 어차피 쉽지 않기에 선장의 손발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는 얘기다. 잘 눈에 띄지 않는 선장보다 손발들의 역할을 승객들은 더 민감하게 느낀다.

대학친구, 검찰 선후배로 국가 요직을 채운 윤석열호의 앞날이 불안해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코드 인사’는 침몰의 암초가 될 여지가 많다. 호가호위와 패거리 의식으로 본분을 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국민의힘 집권에 따른 시민들의 잠재된 불안도 간과해선 안 된다. 민주당 텃밭이라는 오랜 굴레 때문에 지역발전이 오히려 정체됐다는 인식은 이제 시민사회의 소수의견이 아니다.

김대중 정권에서 문재인 정권에 이르기까지 광주는 늘 집권의 심장부였지만 그에 버금가는 혜택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민주당 하늘처럼 떠받들었지만 대접받은 게 뭐냐는 타 지역 사람들의 비아냥거림도 돌이켜보면 괜한 비웃음은 아니다. 광주시민들은 ‘잡힌 물고기 먹이 주겠느냐’는 극심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광주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이 된 대한민국에서 광주는 민주당 광역단체장에. 민주당 국회의원 일색에, 민주당 지방의회 일색의 도시로 여전히 고립된 섬처럼 존재하고 있다. 그동안 집권여당의 기병지라 해서 특별히 우대받은 적도 없지만 지금의 정치지형은 시민들을 더욱 불안감으로 몰아가고 있다.

강기정호에 승선한 승객들로선 이 국면은 태풍을 머금은 먹구름이 눈앞에 펼쳐진 바나 다름이 없다. 승객들의 이 불안감이 기우에 그칠 수 있도록 강기정호의 유연한 항해술을 기대해본다.

길 떠나는 사람에게 위로와 격려, 당부를 담은 글들을 전하는 것은 옛 선조들의 중요한 문화행위였다. 이런 문인들의 풍속에 따라 송서(送序)는 독립적인 문체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중엽부터 많은 문인들이 송서를 짓기 시작했고, 조선 시대에 들어서면서 그 양이 더욱 많아졌다.

동료나 벗이 노자 삼아 적어 준 송서 한 편은 길 떠난 사람이 처음에 먹었던 마음을 기억하고 자신을 믿고 아끼는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하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기자의 이 글이 강기정 호의 순항에 힘이 되는 송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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