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끝난 뒤 집에 가다 담장 아래로 뚝.."법카 썼으니 산재"

김주현 기자 입력 2022. 6. 25. 07:30 수정 2022. 6. 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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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X파일] 모임 목적·강제성 여부·비용부담 고려..음주사고라면 자발적 음주 여부도 기준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코로나19(COVID-19)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전환으로 각종 모임과 회식이 부활하는 분위기입니다. 술에 취한 상황에서는 안전 사고 위험도 더 커지게 되죠. 그렇다면 회사 회식을 마친 뒤 집에 들어가기 전 길에서 일어난 사고는 산업재해(산재)에 해당될까요? 산재로 인정받은 판례가 있어 소개합니다.(2015두59310)

OO은행에 다니던 25년차 직장인 A씨는 2013년 11월 OO금융센터 부지점장으로 발령받아 첫 출근을 했습니다. 상사였던 센터장 B씨는 환영회식을 마련했고, 당일 저녁 7시쯤 총 11명이 지점 근처 식당에 모였습니다.

고기와 술을 곁들인 1차 회식은 밤 9시쯤 끝났고 2차로 자리가 이어졌습니다. 센터장 B씨는 밤 9시50분쯤 2차를 끝으로 환영회식을 마치려 했고, 다른 직원 C씨에게 'A 부지점장이 많이 취한 것 같으니 술을 좀 깨고 집으로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뒤 나머지 직원들과 귀가했습니다.

C씨는 또다른 직원 1명과 A씨를 부축해 밤 11시가 조금 넘는 시간까지 함께 있었습니다. 회식 비용은 모두 법인카드로 계산했습니다. C씨는 A씨가 많이 취한 것처럼 보여 택시에 동승하려했지만, A씨가 거절해 같이 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사고는 A씨가 혼자 남게 된 이후 벌어집니다. A씨는 새벽 1시10분쯤 모임장소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한 식당의 주차장 담장 너머 약 2m(미터) 아래 도로에 떨어진 채 발견됐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의 진단명은 '흉추 척수손상, 외상성 뇌출혈'. 당시 측정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31%로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높은 수치입니다.

A씨는 사고가 업무상재해에 해당된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공식적인 회식을 마친 후 사적으로 음주를 하고 귀가하다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불승인했습니다. 결국 A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합니다.

회식 중 재해가 업무상재해로 인정되려면 모임 주최자와 목적, 내용, 강제성 여부, 비용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 아래 있어야 합니다. 또 근로자가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이탈하지 않는 상태여야 하고, 음주가 사고의 원인이 됐다면 자발적으로 술을 마셨는지 여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A씨 측은 "원고는 환영회식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모든 동료들이 술을 권해 1·2차 모임에서 이미 만취 상태였고 1~4차 비용을 모두 법인카드로 결제해 공식적인 회식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길에 내렸다가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순리적인 경로에서 이탈한 것도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반면 공단 측은 "원고는 약 24년 경력의 부지점장으로 음주가 강압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특히 3·4차 모임은 자발적인 음주"라고 했습니다. 또 "원고가 택시에서 내려 약 1시간40분 동안 추가로 개인적인 시간을 보냈고 귀가 경로도 순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맞섰습니다.

1심 재판부는 공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센터장이 참석한 공식 행사를 마친 후 사적(3·4차)으로 추가 음주를 했기 때문에 공식 행사와 음주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또 1차 모임에서 11명이 마신 술값은 4만1000원에 불과했고, 2차에선 1인당 맥주 500cc 정도만 마셨다고 봤습니다. A씨의 평소 주량이 소주 1병 이상이라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그러나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이 사고가 업무상재해라고 판단했습니다. 어떤 부분이 판결을 뒤집었을까요.

2심에서는 A씨가 3·4차 모임을 가기 전 1·2차 공식 회식에서 이미 스스로 거동이 어려운 만취상태였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1차 회식에서 술값이 4만1000원 나온 것은 맞지만, 회식의 성격이나 참석자들을 고려해볼 때 A씨는 짧은 시간동안 많은 양의 술을 사양하지 못하고
마셨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또 3, 4차 모임에서 A씨는 추가로 술을 마시지 않았고 우동이나 음료수를 주문한 점도 A씨가 2차 이후 이미 만취상태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가 자발적으로 과음을 했다거나 과음에 따른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로 사고가 발생하는 업무기인성을 부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이 사고를 업무상재해로 판결했습니다. 이어 대법원에서도 2심 판결이 옮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법령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0조(행사 중의 사고) 운동경기·야유회·등산대회 등 각종 행사(이하 "행사"라 한다)에 근로자가 참가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노무관리 또는 사업운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근로자가 그 행사에 참가(행사 참가를 위한 준비연습을 포함한다)하여 발생한 사고는 법 제37조제1항제1호라목에 따른 업무상 사고로 본다.

1. 사업주가 행사에 참가한 근로자에 대하여 행사에 참가한 시간을 근무한 시간으로 인정하는 경우
2. 사업주가 그 근로자에게 행사에 참가하도록 지시한 경우
3. 사전에 사업주의 승인을 받아 행사에 참가한 경우
4.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경우로서 사업주가 그 근로자의 행사 참가를 통상적·관례적으로 인정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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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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