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철의 행동경제학]군중심리가 물가상승을 부추긴다

여론독자부 입력 2022. 6.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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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박사 (아톤모빌리티 대표)
물가상승에 노동자는 임금인상 요구
기업은 너도나도 원자재 사재기 돌입
생산원가 뛰어 물가 끌어올리는 악순환
정부 인플레 대책에 '신뢰감' 부족한 탓
경제주체간 적극 소통 통해 안정감 줘야
신임철 아톤모빌리티 대표
[서울경제]

영국 북동부 북해 연안에 선덜랜드라는 도시가 있다. 선덜랜드는 우리나라와 인연이 좀 있다.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였던 지동원과 기성용 선수가 선덜랜드 AFC에서 잠시 선수로 뛴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3년 4월 28일 선덜랜드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마라톤 코스는 선덜랜드 AFC의 홈 구장인 라이트 스타디움을 출발해 다시 라이트 스타디움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마라톤의 총 참가자는 풀 코스와 하프 코스를 합쳐 5000여 명이나 됐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마라톤 중간에 코스 경로를 알려주는 진행 요원이 잘못된 지점에 서 있는 바람에 2등으로 달리던 선수가 경로를 이탈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던 나머지 선수들도 모두 경로를 이탈해 달렸고 1등 선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실격 처리됐다. 모두가 아무런 생각 없이 앞 사람만 보고 그대로 따라서 달린 것이다. 결국 줄곧 1등으로 달리던 선수만 제대로 된 경로를 완주해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선덜랜드 마라톤에 참가한 선수들처럼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려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심리를 군중심리라고 한다. 즉 군중심리란 사람들이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따라서 하려는 심리를 말한다. 사람들은 지하철 환승역에서 막차 시간이 안 됐는데 다른 사람들이 뛰는 것을 보고 막차가 온다고 착각해 덩달아 뛴다.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주식 계좌를 개설하고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것을 보고 따라서 주식투자를 시작한다. 사람들은 언론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을 보고 그대로 따라서 영끌해 아파트를 산다. 모두 다 군중심리 때문이다.

군중심리는 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8.6% 상승했다. 41년 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우리나라도 심각하기는 매한가지다. 우리나라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까지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8월의 5.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더 큰 문제는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1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보다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가 이렇게 계속 오르면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말처럼 인플레이션이 사람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때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한다. 그리고 누군가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면 사람들은 바로 반응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면 자신도 따라서 가격을 올린다. 자신만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손실을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군중심리가 발동하는 것이다.

군중심리는 공급과 수요에 모두 영향을 미쳐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 노동자들은 다른 기업의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자신들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된다. 임금이 오르면 생산원가가 상승한다. 또한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면 기업들은 필요한 양보다 원자재를 조기에 더 많이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동조한다. 원자재 가격은 균형 가격 이상으로 더 오르게 되고 생산원가는 상승한다. 식당 주인은 음식 가격 인상을 고민하다가 다른 식당들이 가격을 올리는 것을 보고 함께 올린다. 기름 보일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기름 값이 더 오르기 전에 겨울에 땔 기름까지 구매한다. 기름이 필요한 다른 사람들도 자극을 받아 당장 필요한 기름보다 더 많은 양의 기름을 사 놓는다. 결국 물가는 더 오르게 된다.

군중심리를 잡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안정과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신호를 주고 그대로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경제주체들과 적극적이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주체들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당국을 신뢰하게 돼 물가 안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경제는 심리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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