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 출신 귀농 작가가 파헤친 '노치마을'의 비극

정진우 기자 입력 2022. 6.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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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는 전북 남원시 주천면 덕치리 노치(蘆峙)마을의 순우리말이다.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 고촌, 내기마을, 덕치리 회덕, 노치마을, 운봉면 주촌마을 5개 마을 민간인들을 노치마을로 토끼몰이하듯 몰아치면서 움직이는 물체가 있으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쏴 죽음으로 내몰았다.

'가재 상흔(傷痕)'(남원미디어공방)은 1950년 전북 남원시 덕치리 노치마을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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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1950.11.20 가재 상흔'..전북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덕치리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보고서


'가재'는 전북 남원시 주천면 덕치리 노치(蘆峙)마을의 순우리말이다. 갈대 노(蘆), 고개 치(峙), 갈대고개가 세월이 흐르면서 가재라는 예쁜 이름이 됐다. '가재'는 지리산 정령치를 따라 백두대간이 관통하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이 평온하고 아름다운 마을에 1950년 11월 20일 새벽 국군 제11사단 전차부대가 들이닥쳐 마을 전체를 불태우고 비무장 민간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 고촌, 내기마을, 덕치리 회덕, 노치마을, 운봉면 주촌마을 5개 마을 민간인들을 노치마을로 토끼몰이하듯 몰아치면서 움직이는 물체가 있으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쏴 죽음으로 내몰았다. 덕치리 노치마을 정자나무 아래 사람들을 모아 손가락 끝 하나로 생과 사를 나눴다.

'가재 상흔(傷痕)'(남원미디어공방)은 1950년 전북 남원시 덕치리 노치마을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남원은 한국전쟁 당시 제2전선인 빨치산 활동의 주무대였다. 한국전쟁을 전후해 남원은 문화도시가 아니라 군사도시를 방불케할 정도로 많은 군사령부들이 주둔했다.

저자 최순호는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을 했던 여러 세력 가운데 특히 남원에서 사회주의 활동을 했던 인물들을 추적해 좌익계열 계보를 정리하면서 미군정 시절 한반도 최초로 미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남원사건'을 역사적 자료를 통해 재구성했다. 특히 사건을 경험한 마지막 세대를 직접 찾아 이야기를 들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책을 집필하며 수집한 자료들을 모았다. 개인이 국방부, 미군정, 정부 자료에 대한 접근의 한계가 있었고 전쟁을 경험한 1세대가 대부분 사망한 뒤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남아있는 자료를 정리했다.

25년간 신문사에서 사진기자로 현장을 누빈 그는 전라북도 남원이 고향이었다. 어느날 신문기자 생활을 그만 두고 자신이 태어난 땅으로 귀농했다. 틈틈히 농학과 식품영양학을 공부한 그는 지리산 자락에서 꿀벌을 키우며 삶의 2막을 시작했다. 그러던 그의 눈에 고향이 자꾸 밟혔고 결국 아픈 역사를 파헤쳐 책으로 펴냈다.

최순호 작가는 "지리산 자락에 꼭꼭 숨겨져버릴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고 억울한 죽음들이 해원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책이 세상에 나왔으니 이를 토대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볼 계획이다. 활자로 기록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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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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