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 퍼트 헛스윙..골프 울리는 미스 샷 [라이프&골프]

정현권 2022. 6. 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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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골프] 자주 가지만 좀처럼 파를 잡아보지 못한 골프장의 파5 롱 홀에서 핀까지 70m 거리를 남겼다. 세 번째 샷으로 그린에 공을 올리기만 하면 파를 잡는다는 희망이 불끈 솟구쳤다.

평평한 데다 잔디 위에 공이 살짝 떠 있어 맘이 든든했다. 주무기인 웨지로 샷을 하는 순간 뒤땅을 하고 말았다.

공이 허공 속으로 잔디와 뒤섞여 그린까지 절반 정도 날아갔다. 맥이 확 풀려버렸다. 결국 그날도 보기. "가장 중요한 샷은 바로 다음 샷"이라는 말이 순간 스쳐갔다.

뒤땅은 골프용어 가운데 몇 없는 우리말로 클럽의 날이 공의 뒷부분 잔디에 두껍게 파고드는 것으로 영어로 팻(fat) 샷이라고 한다. 미스 샷을 지칭하는 단어다.

좋은 라이라도 스윙 도중 몸이 조금이라도 아래 위로 출렁거릴 때 나온다. 공 밑바닥이 푸석하거나 디벗 자국에서 다운 블로로 공을 찍어치지 않을 때도 발생한다.

공이 얼마 날아가지도 않고 잔디만 크게 뜯어내는 형상을 빗대 더프(duff) 샷이라고도 한다. 양탄자처럼 잘 조성된 코스에서 이런 샷이 나오면 정말 민망하다.

그린 주변에서의 뒤땅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쇼트 게임을 잘 구사하는 고수들도 이런 우를 범하는데 청크(chunk) 샷이다.

잔디가 듬성듬성하거나 매끈한 지점에 공이 놓였을 때 특히 위험하다. 배상문이 2015년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프레지던츠컵 마지막 날 이 상황을 연출해 고객를 푹 숙였다.

타이거 우즈도 예전에 이 상황을 반복하자 언론에서 "우즈에게 칩샷 입스가 왔다"고 입방아를 찧었다. 포대그린으로 일컫는 엘리베이티드 그린의 앞 핀에 정확하게 공을 붙이려다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필자는 간혹 그린에서도 뒤땅을 범해 탄식한다. 특히 먼 거리에서 손목에 잔뜩 힘을 주고 퍼트를 할 때 종종 발생한다.

공의 윗 부분을 가격하는 미스 샷인 토핑(topping)도 다양하다. 롱 홀이나 페어웨이 중간에서 토핑이 발생해 공이 앞으로 나가기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린 주변에서의 토핑은 최악이다. 그린 반대편 연못이나 벙커, 언덕, OB구역으로 공이 날아가면 망연자실 그대로다.

뼈에 맞는 느낌으로 스컬(skull) 샷으로도 비유된다. 클럽의 날이 공을 가격하면서 토핑이 발생하면 블레이드(blade) 샷이다. 창피한 데다 손마저 얼얼하다.

고수들도 잘 나가다가 공을 45도 각도로 날려보내는 생크(shank)를 낸다. 클럽 헤드의 호젤에 맞아 공이 엉뚱한 데로 날아가는 케이스다.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전혀 간파하지 못해 동반자나 캐디도 조심해야 한다. 안전사고와도 직결된다.

헤드가 공의 윗부분을 가격해 낮게 깔려 나가 한두 번 바운스 후 쪼르르 굴러가다 멈추면 쪼루를 냈다고 빗댄다. 일본식 표현이라는데 정확한 유래를 알 수 없다.

거꾸로 클럽 헤드가 공의 밑부분을 가격해 위로만 높이 솟구쳤다가 떨어지면 뽕샷이라는 은어를 쓴다. 거리 손실이 심하다. 쪼루나 뽕샷은 허겁지겁 골프장에 와서 서두르면 발생하기 쉽다.

뭐니 뭐니 해도 최악의 미스 샷은 헛스윙이다. 공중에 클럽을 휘두른다는 의미로 영어로 에어 샷(air shot)이다. 미컬슨은 2018년 텍사스오픈 1라운드 마지막 홀 그린 앞 둔덕 러프에서 헛스윙을 하면서 퀸튜플보기(5타 초과)로 결국 컷 탈락했다.

그린에서도 헛스윙이 생긴다. 1983년 디오픈 사흘째 헤일 어윈은 홀컵 10㎝를 남긴 퍼트에서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동반자와 갤러리들도 경악했다. 그는 톰 왓슨에게 한 타 차로 우승을 헌납하고 말았다.

티샷한 공이 중앙선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날아가는 구질에 따라 풀(pull), 훅(hook), 페이드(fade)로 분류된다. 누군가 확 당긴 것처럼 공이 직선 탄도로 왼쪽으로 날아가면 풀, 돼지꼬리처럼 타원궤도를 그리면서 왼쪽으로 가면 훅이다.

페이드는 클럽 페이스로 공을 뺨 때리듯 치면 구현되는데 왼쪽으로 날아가다가 중앙으로 부드럽게 포물선을 그리는 좋은 구질이다. 비거리도 상당하다.

공이 중앙선의 오른쪽으로 향하면 푸시(push), 슬라이스(slice), 드로(draw)로 분류된다. 풀과 반대로 그냥 오른쪽 직선으로 쭉 날아가면 푸시다. 공을 밀어내듯 친 결과다.

슬라이스는 공이 중앙선 오른 쪽으로 타원궤도를 그리며 날아가는 구질로 거리 손실이 심하다. 슬라이스 원인도 훅처럼 다양하다.

드로는 공이 오른쪽으로 향하다가 중앙으로 부드럽게 궤도를 틀면서 전진하는 구질이다. 공이 가장 멀리 나간다.

이 가운데 풀과 푸시는 미스 샷이고 슬라이스와 훅은 워낙 흔해서 딱히 미스 샷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미스 샷은 늘 방심과 부주의, 욕심에서 나옵니다. 라이가 좋더라도 매번 셋업과 얼라인먼트에 신중을 기해야만 미스 샷을 막습니다."

김명선 한국체대 특임교수는 샷하기 전 서두르지 말고 항상 진지하게 셋업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미컬슨 같은 특급선수의 미스 샷도 기술이 아닌 마음의 실패란 것.

"골프에서 방심이 생기는 가장 위험한 순간은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 때다."(진 사라젠)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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