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 청소·빨래도 맡기는 시대.. "습관 바뀌면 다시 못 돌아가요"

장우정 기자 2022. 6.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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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인터뷰

최근 세탁기를 만드는 A 가전 대기업 임원들은 한 방송인이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에서 세탁기를 그릇 수납장으로 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약 23㎡(7평) 남짓한 원룸에서 혼자 사는 이 방송인은 직접 빨래를 하는 대신 외부 비대면 서비스로 세탁을 해결하고 있었다.

비대면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 운영사 의식주컴퍼니의 조성우 대표는 “1인 가구가 전체 40%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세탁기, 건조기, 건조대 공간을 두고 2시간씩 걸려 빨래를 직접 하기보단, 한 달에 5만원 정도를 주고 빨래에서 벗어나 더 중요한 걸 하는 것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연구소'의 연현주(왼쪽) 생활연구소 대표와 '런드리고'의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박상훈 기자

빨래와 마찬가지로 청소의 아웃소싱(외주화)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청소 매니저가 하루 4시간 동안 집을 청소해주는 ‘청소연구소’를 운영 중인 생활연구소 연현주 대표는 “고객이 서비스를 재사용하는 비율이 88%쯤 된다”면서 “과거 양동이에 물 받아서 하던 세차를 기계나 전문 업체가 대체했듯이 하나의 생활 패턴처럼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습관이 바뀌기 시작하면 다시 거꾸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도 말했다.

지난 17일 조 대표, 연 대표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만났다. 조 대표는 “많은 산업이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빠른 속도로 디지털로 바뀌고 있으나 세탁산업은 여전히 오프라인 기반이 97%에 달할 정도로 느리다”면서 “모바일 세탁은 5년 안에 현재 3% 정도였던 비율이 20~25%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조 대표는 최근 선보인 무인 오프라인 세탁소 ‘런드리24′가 확장세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런드리고는 지난 4월 무인 세탁소 ‘펭귄하우스’를 인수하고, 이를 ‘런드리24′라는 브랜드로 바꿔 오프라인 세탁 시장에 진출했다. 자체 특허 기술로 드라이클리닝 서비스와 빨래방(코인워시) 기능을 통합해 완전 무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70여개 매장이 있다. 인수 당시 연 매출이 5억원이었으나 현재는 월 매출이 1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런드리고는 24시간 무인세탁소 '런드리24'를 지난 4월 선보였다. /의식주컴퍼니 제공

조 대표는 “프랜차이즈형 오프라인 세탁소를 운영하며 주 6일 온 가족이 매달리는 자영업자의 한 달 매출은 900만원이고 이 중 60% 정도를 공장·본사에 주고, 렌트비(100만원), 각종 요금(50만원) 등을 내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200만~250만원 수준이다”면서 “런드리24는 완전 무인이기 때문에 투잡으로도 이용할 수 있고 가져갈 수 있는 매출도 300만~500만원”이라고 말했다.

런드리고는 온라인 명품 수요에 따른 명품 세탁·수선, 비대면 서비스 시 세탁물을 넣어놓는 가방인 ‘런드렛’을 통한 커머스 시장 진출 등으로도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청소연구소 역시 매달 15~20%씩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 대표는 “이전에도 가사 도우미는 있었고, 몇 백만원씩 줘야 사람을 구할 수 있을 만큼 소위 돈 좀 있는 집에서 쓰는 서비스란 인식이 있었다”면서 “이제는 1~2주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 원할 때마다 매니저를 부담 없이 부를 수 있어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 이용률이 높다”고 말했다. 청소연구소에 따르면, 이용자의 평균 집 크기는 89㎡(약 27평)로 33㎡(약 10평) 이하 원룸 이용자도 많다.

생활연구소 직원이 청소 매니저 지원자들에게 냉장고 청소법과 관련된 업무 교육을 하고 있다. /생활연구소 제공

청소연구소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매니저 구인을 최대 과제로 꼽고 있다. 이를 위해 업계 최대 시급, 대출 지원 등을 복지 혜택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서비스 품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매니저 업무를 교육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연 대표는 “같은 창을 닦아도 어떤 분은 깔끔하게 닦지만, 제대로 안 닦는 분도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서비스를 매번 균질하게 하기가 어렵다”면서 “업무를 매뉴얼화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정의하고,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를 통일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고객과 매니저의 궁합도 잘 맞아야 한다”면서 “늘 좋은 평가를 받는 매니저도 어떤 고객에게서는 불만족 평가를 받기도 하는 만큼 고객 평가 등을 통해 매칭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청소연구소는 최근 소규모 사무실로 청소 서비스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청소에 필요한 다목적 클리너, 행주티슈, 핸드워시, 배수구 클리너 등의 제품도 직접 만들어 고객과 매니저를 상대로 판매 중이다. 모두 고객 요구에서 시작된 신규 사업이다.

최근 글로벌 유동성 위기로 스타트업의 돈줄이 빠르게 말라가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의식주컴퍼니는 735억원, 생활연구소는 355억원을 각각 투자 받았다.

연 대표는 “청소나 빨래는 사람의 일상을 유지시켜주는 최소한의 서비스인 만큼 사업을 키우는 것보다 끊임없이 품질을 관리해 나가는 게 사명이자 미션”이라면서 “투자 분위기가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유행을 타지 않는 기반 서비스라는 점에서 회사가 좌지우지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그간 유동성 과잉 상태에서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났지만, 이제는 옥석 가리기가 아주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면서 “사업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시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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