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의 언중유향]강성 폭력 응원에 멍드는 팬심, 구단은 경제적 부담 가중

이성필 기자 입력 2022. 6. 25.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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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삼성-FC서울의 슈퍼매치 배경은 항상 열성적인 양팀 팬들이었다. 특히 빅버드로 불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의 수원 팬 그랑블루(프렌테 트리콜로)의 힘은 엄청났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수원 삼성-FC서울의 슈퍼매치 배경은 항상 열성적인 양팀 팬들이었다. 특히 빅버드로 불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의 수원 팬 그랑블루(프렌테 트리콜로)의 힘은 엄청났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지난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원 삼성 서포터스 그랑블루(현 프렌테 트리콜로)는 연고지 수원 특례시에 출마한 이재준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용남 국민의 힘 후보 선거캠프에 중요한 현안에 대해 질의했다. 다름 아닌 홈구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 지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 인가였다.

다른 연고 도시 경기장은 대부분이 공공시설물이기 때문에 지자체 시설관리공단이 관리 주체다. 시 의회에서 승인하는 예산으로 경기장을 개보수하거나 구단과 협의해 경기와 다른 행사를 조율해서 활용한다. 하지만,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이라는 희안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경기도 60%, 수원시 40%의 지분 구조다. 경기도에서 재단 이사장 임명이라는 인사권을 행사한다.

지방선거에 보이지 않는 힘 보여준 수원 서포터스 그랑블루

관리재단은 자체 수익으로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는 등 수익 사업을 한다. 한 예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문제가 됐던 종교 단체 신천지에 2019년 9월 경기장을 대관해줬다. 경기도청이 취소했지만, 어쨌든 홈경기를 앞뒀던 수원 입장에서는 경기 당일만 홈구장 권리를 누린다는 점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그라운드 훼손에 따른 경기 질적 저하, 경기 당일 전광판 아래 광고판을 설치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관리재단의 행태에 비판이 쏟아졌기에 그랑블루는 이 문제를 수원시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양 캠프에 질의한 것이다.

선거 직전이었기에 양 캠프는 조심스러웠지만, 해결 가능성을 열어두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과는 이재준 후보가 0.57% 차이(2천928표)로 당선됐다. 같은 당 소속의 전임 시장인 염태영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의 정책을 그대로 물려받게 됐다.

인상적인 것은 이 당선인이 선거 직전 출판기념회에서 펴낸 저서 제목이 '나의 사랑, 나의 수원'이었다. 이는 수원 팬들의 중요 응원 구호다, 그만큼 수원시에서 수원 구단이 차지하는 위상이나 그랑블루의 힘이 상당함을 알려주는 것과 같다. 실제 수원시 의회나 양 후보 캠프에는 그랑블루 출신들이 시정을 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팬심으로 경기장 지분 구조에 작은 목소리를 내서라도 장기 임대로 돈을 버는, 진정한 프로스포츠 산업화의 길을 소원하는 이런 움직임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취재를 해왔던 상황에서 지난 19일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터진 극소수 수원 팬의 '나 홀로 서울 팬'에 대한 폭력은 글의 방향을 바꾸게 했다.(물론 월드컵경기장 장기 임대 등 소유 문제에 대한 것은 이 코너에서 추후 다룰 예정이다.)

해당 사건을 일으킨 팬은 과거 그랑블루 내에서 강성으로 불린 소모임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들로 인해 다수 수원 팬들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2년 출입 금지 처분이 내려졌지만, 솜방망이 처리였다. 서포터스 자체 결정이었기에 수원 구단도 이를 외부에 전했을 뿐이지만, 대처가 미흡했다 비난받았다. '해프닝'으로 취급하기에는 너무 큰 사건이었다.

라이벌 구단 팬에 폭행으로 비판↑, 소수 강성 응원 뿌리 뽑자는 여론도

물론 이들의 공헌을 무시하기 어렵다. 수원이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렸던 것은 이들이 소위 서포터석으로 불린 북측 골대 뒤 관중석(N석이라 통칭하는)의 중심에서 응원의 리더였기 때문이다. 측면으로 뻗어가는 응원은 장관이었고 자생적 카드섹션 역시 수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소수의 행동으로 구단의 이미지 훼손은 상당했다. 수원 구단이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해도 이상하지 않을 판이다. 무엇보다 1996년 구단 창단 이후 27년이 흘러오면서 초기 서포터들은 N석을 벗어나 서측(W석), 동측(E석) 관중석으로 많이 퍼져나갔다. 응원의 맛을 알면서도 경기 자체를 즐기려는 여유를 원했던 이들이다.

W석으로 이동해 관전한다는, 과거 그랑블루 내 소모임 회장을 맡았던 A씨는 "대부분의 수원 팬이 부끄러워하고 있다. 문제를 항상 일으킨 소모임에서 또 일으켰다. 축구를 전쟁으로 여기고 장외에서도 전쟁처럼 싸우는 유럽 문화는 아직 우리 정서에 닿아 있지 않은데 너무 과했다. 그렇지 않아도 삶이 바빠 경기장을 찾는 횟수가 줄었는데 이번 일은 가지 않고도 SNS에 퍼져서 알게 됐다. 구단이 대외적으로 내는 메시지가 너무 불투명했다"라고 전했다.

피해자 측 부모는 정석대로 대응한다고 선언했다. 서울 고위 관계자는 "경기장 밖의 일이지만, 구단이 도울 수 있는 것은 확실히 돕겠다. 기성용의 말마따나 그 피해자는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와 우리 선수들에게 응원을 해줘야 하는 팬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이 경기장 밖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이 역시 한 경기를 형성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구단 용품점이나 각종 행사가 밖에서 벌어지고 있고 홈, 원정 팬들의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 규정 제20조 '경기장 안전과 질서 유지'에는 관중과 관련해 경기장 안에서 벌어진 일들로만 묶여 있다. '관중의 소요, 난동 사태가 일어나면 구단이 일체의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 전북 현대 원정에서 사죄의 현수막을 내건 수원 원정 팬들

산업적 구조는 여전히 허약, 적자 만연한 구단에 추가 지출 만들 것인가

입때껏 관중은 관중석에 앉을 입장권을 구매해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행동한 사람으로 정의했다. 만약 경기장 밖도 규정을 적용한다면 어떨까. 모든 경기장의 구조가 같지 않은데다 어느 구역까지를 책임으로 할 것인지 등 논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A구단 관계자는 "만약 경기장 밖 일부 구역까지 구단이 책임을 진다면 이에 따른 인력 고용이나 관리 비용으로만 경기당 수천만 원 이상 든다. 어느 지점까지 정하느냐에 따라 비용은 추가된다. 원정 팬들이 도착부터 동선을 확실하게 갈라놓아야 한다는 것이지 않나. K리그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레알 마드리드-리버풀의 결승전은 경기장 밖의 안전이 단순한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일부 리버풀 팬이 가짜 티켓으로 입장하려다 제지당했고 경기 시작이 지연됐다. 레알, 리버풀 팬 사이 폭력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경찰이 이들을 해산하려 진압봉을 들었고 최루가스까지 분사했다.

논쟁 과정에서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외교 문제로 비화할 정도로 경기장 밖 문제는 경기장 안의 것 이상이었다. 경기장 안에서만 시선이 쏠렸지만, 실상 경기장 밖에서 경기와 관련한 경제 활동이나 응원도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는 논의의 장이 확대되어야 한다.

물론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사법 조사, 심판은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경각심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축구계 다수 의견이다.

사건이 벌어진 뒤 지난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응원하러 온 수원 원정 팬들은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마음 깊이 반성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응원도 이전 경기들과 비교하면 힘이 약했다. 과거 경기 중 판정 문제에 서로 예민해져 철창을 사이에 두고 시비까지 붙었던 점, 서울 이상의 라이벌 관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력했다. 사죄의 응원처럼 보였고 경기 결과도 1-2 패배였다.

경기장 밖에서 다수가 소수 원정 팬에게 완력을 가할 것이 아니라 안에서 그라운드 위에서 대신 싸우는 선수들에 대한 응원의 열정을 보여야 함을 기록이 말해준다.

지난 3년 동안 수원 홈에서의 슈퍼매치 전적은 1승2무4패로 수원의 절대 열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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