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 후두암을 의심해야

권대익 2022. 6. 25.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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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후두는 목소리를 내는 성대를 포함하는 숨길의 일부다. 후두에 위치한 성대는 좌우 대칭으로 이뤄진 점막 주름이다. 이 주름이 진동하는 폭에 따라 목소리가 높게 혹은 낮게 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혹은 서서히 목소리가 이상하다면 십중팔구 성대(후두)에 이상이 왔다는 신호다.

남인철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도움말로 후두암의 신호와 예방법을 알아본다.


◇2주 이상 쉰 목소리 생기면 진단해야

목소리 이상은 성대결절ㆍ후두염ㆍ후두암 등 질환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치료 후 원래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는 성대결절이나 후두염과 달리 후두암은 한 번 발생하면 평생 쉰 목소리로 살거나 성대를 제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목소리가 변하는 이유는 어떤 원인에 의해 성대 표면에 변화가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 2주 이상 쉰 목소리가 나타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후두는 목을 뒤로 젖힌 상태에서 보면 툭 튀어나온 부분을 말한다. 남성에게 더 두드러지게 보인다는 의미에서 ‘아담의 사과’로 불린다.

후두암은 두경부에 발생하는 암 중 가장 흔하다. 50대부터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60~80대 환자가 가장 많다.

후두암의 가장 확실한 발병 원인은 흡연이다. 담배를 피우는 남성에게서 많이 발생하고 여성에게는 드물다. 국내 남녀 환자 비율은 10대 1 정도다.

하지만 최근 여성 흡연율이 높아지면서 여성 발병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흡연자가 후두암에 걸릴 확률은 흡연량과 흡연 기간에 비례한다. 오랜 기간 담배 연기에 노출되면 후두점막세포에 점진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결국 암세포로 변하게 된다.

음주도 발생 인자로 작용한다. 알코올의 분해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유해물질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흡연과 과음하는 사람은 암 발생 상승 효과를 가져와 흡연과 음주 중 한 가지만을 즐기는 사람보다 발병률이 2~3배 높다. 후두암 환자의 90% 이상이 흡연자라는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후두암은 발생 원인이 비교적 뚜렷한 암 중 하나다. 평소 흡연이나 음주가 잦은 편이라면 후두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후두 이물감·불쾌감 나타나

후두암은 발생 부위와 암 진행 정도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다르다. 후두에 생기는 암은 림프샘을 타고 목으로 전이되는데 별 이유 없이 목에 만져지는 혹이 첫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성대 표면은 조금이라도 불규칙해지면 음성이 변한다. 따라서 성문암(성대에서 발생한 암)은 음성 변화가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 다른 부위 암에 비해 초기 발견에 용이하다.

하지만 이를 간과하고 방치하면 가벼운 쉰 목소리에서 점점 더 나빠지고 급기야는 거의 소리가 나지 않게 되거나 호흡곤란이 생길 수 있다.

만약 종양 궤양이 생기면 증상은 한층 심해져 악취가 나는 가래나 혈담이 나타날 수도 있다. 성문상부암(성대 윗부분에서 발생한 암)은 음성 변화보다 초기 증상으로 후두 이물감, 불쾌감이 나타날 수 있다.

연하곤란(삼킴 곤란)ㆍ연하통과 함께 음식 등을 삼킬 때 귀ㆍ목으로 통증이 퍼지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아주 초기에는 경미한 인두 불쾌감 정도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질병이 진행될수록 통증은 커진다. 아래쪽으로 진행돼 성대에 침범하면 성문암과 마찬가지로 음성이 변화된다.


◇조기 발견하면 100% 가까운 완치율

다행히 후두암은 두경부에서 발생하는 암 중 가장 예후가 좋은 암이다. 특히 성대에 암이 생기면 목소리가 쉬는 증상이 바로 나타나 조기 발견이 가능하고 암의 림프샘 전이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

또 후두를 감싸고 있는 연골 때문에 암이 잘 퍼지지 않아 조기 성대암의 경우 100%에 가까운 완치율을 보인다. 성대암이 후두암 중 가장 높은 빈도로 발생한다. 후두암은 조기 발견하면 치료법 종류에 상관없이 80~90%의 높은 완치율을 보인다. 전체 후두암의 5년 생존율은 70% 정도다.

후두암은 원인이 분명한 만큼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다. 비흡연자 발병률이 전체 후두암의 5% 이하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금연을 하면 후두암 발병률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6년 정도 지나면 위험성이 줄기 시작해 15년 지나면 비흡연자와 똑같은 정도로 줄게 된다.

조기 진단도 중요하다. 다른 부위에 발생한 조기 암과 마찬가지로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생존율을 높일 수 있고, 특히 후두암은 조기 발견할수록 성대를 보존할 수 있다. 후두암 치료에 중요한 점은 음성 보존 여부다. 목소리가 변하거나 목에 혹이 만져지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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