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라인·유라인.. 방송계도 스타 따라 '인맥 캐스팅'

최보윤 기자 2022. 6. 25.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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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유재석 등 시청률 보장, 호흡 잘 맞는 출연자 함께 섭외"
드라마에선 신인 캐스팅할 때 주연과 같은 소속사 출신 뽑기도

최근 뮤지컬계를 달군 ‘인맥 캐스팅‘은 이미 10년 전 방송가를 휩쓸고 간 논란이기도 하다. 이른바 이경규의 ‘규 라인(line·계보)’과 ‘유느님(유재석+하느님)’이라 불리는 유재석의 ‘유 라인’, 또 스포츠 선수 출신 예능인 시대를 연 씨름 장사 강호동의 ‘강 라인’ 등이다.

예컨대 ‘규 라인’의 경우, 지금의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김구라, 이휘재, 김용만, 박명수 등 예능계를 휩쓰는 개그맨들이 자칭·타칭 포함돼 있다. 1993년 MBC ‘이경규의 코미디 동서남북’으로 데뷔한 강호동에게 예능인의 길을 터준 이가 이경규다. 1990년 이문세가 진행한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에 출연한 당시 ‘천하장사’ 강호동의 입담을 눈여겨본 뒤 “강호동이 실패하면 나도 코미디언 옷을 벗겠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친한 선후배 정도로만 치부됐던 ‘라인 문화’가 유행어를 넘어 방송계 캐스팅 문제까지 비화된 건 2000년대 중반 이후. 라인의 실체가 있다기보다는 함께 자주 TV 화면에 출연하는 연기자나 출연자들의 모습이 시청자들 눈에도 띄면서 나온 말이다. 1991년 데뷔한 개그맨 유재석이 오랜 무명을 딛고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연이어 방송 3사 연예대상을 휩쓸고, 강호동 역시 ‘대체 불가’ MC계 황제로 자리매김하면서부터다. 유 라인의 경우 오랜 친구이자 개그맨 후배인 지석진을 포함해 2006년 시작한 ‘무한도전’의 하하, ‘런닝맨’의 김종국·송지효를 비롯해 최근 같은 소속사가 된 걸그룹 ‘러블리즈’ 출신 이미주까지 거론됐다.

이들의 방송가 장악이 누구의 힘이냐 여부를 시작으로 각 라인의 실체를 파고드는 연예계 뉴스들이 나오기도 했다. 이경규는 아예 ‘찐경규’(2020)라는 웹 예능을 통해 규 라인을 유머 코너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결정하는 유일무이한 기준이 되다 보니 생긴 풍속도”라면서 “백종원이나 유재석, 강호동 등을 캐스팅하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보장되기 때문에 메인 MC와 호흡이 맞는 출연자들을 함께 섭외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스타 파워 캐스팅이 있지만, 시청률이 보장된다면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 한 예능 PD는 “예능 MC의 경우 자기와 호흡이 맞는 고정 출연자를 원한다”면서 “현재 예능 메인 MC들이 대부분 방송 경력이 20년 넘는 베테랑이기 때문에 방송 경력도 PD들보다 오래된 경우가 많아 대부분 받아들이게 된다”고 했다.

최근에는 OTT(동영상 스트리밍) 경쟁 시대에 접어들면서 나영석 PD, 김태호 PD 등 유명 PD의 경우 ‘사단’으로 불릴 정도로 입김이 강해졌지만, 여전히 출연자의 파워는 무시할 수 없다. 또 다른 방송계 관계자는 “OTT 역시 메인 MC 한 명을 잡으면 그 사람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드라마의 경우 이른바, 주연과 같은 소속사에 소속되어 있는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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