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로 망할뻔한 중국 화웨이, 오히려 반도체 종합기업 됐다

이벌찬 기자 2022. 6. 25.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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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반도체 설계·제조·검사 다 해
정부에 자회사 넘겨 18조원 확보
3년간 반도체 회사 52곳에 투자
런정페이(오른쪽) 화웨이 창업자가 2015년 영국 런던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런던 지사를 소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중국 화웨이는 작년 말 선전시에 반도체 자회사 ‘화웨이정밀제조유한공사’를 설립했다. 패키징과 테스트 같은 반도체 후공정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화웨이의 또 다른 자회사 ‘하보과기투자’는 최근 3년 동안 중국 반도체 회사 52곳에 투자했다. 상당수가 반도체 장비·소재·EDA(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다. 여기에는 중국 최대 반도체 웨이퍼 프로버(검사장비) 회사인 ‘시뎬반도체설비’도 포함된다. 반도체 설계 회사(팹리스)인 하이실리콘을 갖고 있는 화웨이는 첫 반도체 제조 공장(팹)도 우한시에 짓고 있다.

서슬 퍼런 미국의 제재 칼날을 맞아 명줄이 끊길 줄 알았던 화웨이가 자국 반도체 기업들에 적극 투자하며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중국 경제지 차이징은 “화웨이의 목표는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든 과정을 중국 안에서 해결하는 ‘폐쇄적인 반도체 생태계’ 구축”이라고 했다.

화웨이가 우한시에서 짓고 있는 첫 반도체 제조 공장(팹)의 모습. 화웨이는 2019년 문서에서 이곳에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팹을 짓는다고 밝혔다./구글 지도 캡처

2020년 5월 미 상무부는 ‘미국 기술을 이용해 화웨이가 해외에서 설계·생산한 반도체’에 대한 규제를 내놓았고, 그해 8월 추가 제재를 통해 화웨이의 반도체 생산 자체를 막았다. 미국을 의식한 대만 TSMC는 화웨이에 대한 파운드리(위탁 생산) 서비스를 멈췄고, 네덜란드 ASML은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중단했다. 당시 화웨이가 보유한 반도체 기업은 자사 스마트폰용 칩 설계를 담당하는 하이실리콘 정도였다. 연이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화웨이의 반도체 사업은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화웨이는 그러나 미국 제재를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2020년 9월 화웨이 소비자 부문 CEO 위청둥은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기업은 반도체 설계에만 집중해왔다”며 “(미국의 제재로) 국내에서 반도체 생산을 요청할 곳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했다. 이후 화웨이는 팹리스뿐 아니라 반도체 장비, 소재, 제조업체 50여 곳에 집중 투자하며 자생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장기 목표는 화웨이 스마트폰 칩을 제조할 수 있는 7나노 이하 선진 공정 기술을 확보하는 것으로 삼았다.

반도체 기업 인수 자금은 중국 정부가 댔다. 화웨이는 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를 2020년 11월 국영 회사에 매각하며 1000억 위안(약 18조원)을 확보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사업 분야를 정부에 넘겨 막대한 자금을 챙긴 것이다.

화웨이는 제재 이후 반도체 인재도 세계 각국에서 대거 유치했다. 닛케이아시아가 지난해 링크드인을 통해 확인한 결과, 화웨이는 독일, 터키, 스웨덴, 폴란드, 핀란드, 캐나다 등에서 반도체 개발 관련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줄줄이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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