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첨단장비 제재에도.. 급성장 반도체 기업 20곳중 19곳이 중국

박순찬 기자 2022. 6. 25.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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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정부가 산업육성 주도, 반도체 매출 사상 최대
중국 최대 반도체 전시회인 인터내셔널IC차이나(IIC) 2020에 마련된 중국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 부스. 올 1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SMIC는 5.6%의 점유율로 세계 5위에 올랐다./로이터 연합뉴스

2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올 1분기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합산 점유율 10.2%를 기록해 삼성전자(16.3%)를 6.1%포인트 차로 따라 붙었다. 중국 파운드리 1위인 SMIC와 화훙그룹, 넥스칩이 나란히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미국의 제재로 해외 위탁생산이 어려워지자, 자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의 중저가 반도체 생산을 도맡으며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 21일에는 미국 블룸버그가 “지난 1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반도체 기업 20곳 중 19곳이 중국 기업”이라고 보도했다. 전년 대비 11곳이 늘어난 것으로, 리스트에 포함된 기업 대부분은 팹리스였다. 중국의 팹리스 기업은 2810곳으로 한국(120곳)의 23배 수준이다. 파운드리, 팹리스는 메모리 강국 한국이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비메모리 분야다. 중국이 이들 분야에서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미국 제재로 인해 불가피하게 ‘폐쇄적 생태계’ 속에서 버텨야 하는 상황이지만, 거대한 자국 시장과 풍부한 인력 공급을 바탕으로 놀라울 정도의 양적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고 말했다.

◇美 제재에 가로막힌 中, 대대적 반도체 육성

중국은 2020년 미 제재 이후,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14차 5개년 규획(2021~2025)’에서도 중국 정부는 ‘제조업 비중 안정화’를 강조하며, 반도체를 7대 핵심 육성 기술 중 하나로 꼽았다. 그 결과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2년 연속 세계 최다 반도체 장비 수입국 지위를 지키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해외 장비 주문 규모는 전년 대비 58%나 증가했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 확대는,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4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의 올해 1∼5월 반도체 수입량(2320억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9% 감소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반도체 공급망 차질이 분명히 영향을 끼쳤지만 반도체 굴기 정책에 따른 자체 생산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반도체 매출이 급증하면서 2년 후에는 한국을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 1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중국 기업의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점유율이 2020년 9%에서 2024년 17%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SIA는 한국의 시장 점유율이 향후 3년간 약 20%를 유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과 중국의 점유율 격차가 2020년 약 10%포인트에서 3년 후에는 3%포인트로 좁혀진다는 뜻이다.

◇”AI, 차량용 반도체 틈새시장 노려”

반도체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제재로 회로 선폭(線幅) 14나노 이하 공정의 초정밀 반도체 제조가 막힌 상황에서, 차량용 반도체 제조와 AI(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등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본다.

내구성이 중요한 차량 반도체는 정밀도가 28나노 수준이다. 중국의 현재 기술로도 양질의 차량용 반도체 개발이 가능하다. SMIC, 화훙그룹의 반도체 매출이 급증한 것도 중국이 전기차용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고영화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은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부가가치가 낮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면 중국의 차량용 반도체에 크게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중국은 한국의 10배에 이르는 AI 투자를 바탕으로 AI 반도체 산업에서도 한국을 앞서가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AI 반도체 설계 수준이 높은 양대 국가로 평가받는다. 현재 중국엔 7만개가 넘는 반도체 기업들이 있고, 석·박사급 위주로 채용한 팹리스 기업만도 2000개가 넘는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미국 제재와 무관하게 중국은 끊임없이 반도체 분야에선 추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한국은 집중적인 투자와 연구·개발로 초격차를 벌려 나가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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