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해전술' 중국 반도체, 한국 턱밑까지 왔다

박순찬 기자 2022. 6. 25.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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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점유율 - 중국 10% 돌파, 삼성 16%.. 물량공세로 성장
설계분야팹리스 - 중국은 관련기업 2800곳, 우린 100곳에 불과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파운드리(위탁 생산) 회사 SMIC의 상하이 본사. 올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5.6%의 점유율로 5위에 올랐다. SMIC 는 3나노 공정 양산을 앞둔 삼성에 비해 기술력은 떨어지지만,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급성장하고 있다./SMIC

지난 2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점유율 순위를 발표했다. 대만의 TSMC가 53.6%로 압도적인 1위, 한국 삼성전자가 16.3%로 2위인 판도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중국의 약진이었다. 5위 SMIC를 포함한 중국 세 업체의 합계 점유율이 10.2%를 기록, 중국이 처음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돌파한 것이다. 또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세계 10대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 리스트에도 중국 업체가 미국의 대중 기술·무역 제재 이후 처음으로 재진입했다. 이 순위에 한국 기업은 아예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2020년부터 미국의 고강도 무역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제재라는 악재 속에서 오히려 약진하고 있다. 반도체 위탁 생산, 첨단 반도체 장비 수입 제한 등 사실상 손발이 모두 묶였지만 거대한 내수 물량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전체의 반도체 생산량은 총 3594억개로 전년 대비 33%나 증가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기반을 둔 반도체 관련 기업의 총매출이 전년 대비 18% 증가한 1조위안(약 193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23일 “미 제재로 인한 곤란한 상황이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전했다.

반도체업계에선 “질(質)적인 부분에선 중국은 아직 한국보다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중국 반도체 산업이 강력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채 거대한 자국 시장에서 시행착오를 단기간에 빠르게 반복하며 압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이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위협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본다. 중국은 한국이 취약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 기업만 2800여 곳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100여 곳에 불과하다. 고영화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은 한국이 취약한 비메모리 분야를 주도할 체력을 키우고 있다”며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전기차, AI(인공지능)에 필요한 반도체 제조와 설계 분야에선 중국이 앞선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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