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52시간' 장관 발표에 대통령이 "정부 공식 입장 아니다"라니

조선일보 2022. 6. 2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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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주 52시간제 개편안에 대해 “아직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혀 혼선이 일고 있다. 이 장관은 전날 “시대 흐름에 맞게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우선 1주일에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해온 근로시간 기준을 주(週) 단위가 아닌 월(月)평균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다음 날 출근길에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 언론에 나왔다”며 이같이 답한 것이다. 장관 발표가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면 정부의 신뢰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그래서 윤 대통령도 지난달 16일 국회 첫 시정 연설에서 노동 개혁을 연금·교육 개혁과 함께 3개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을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유연화’는 윤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장관이 23일 언론 간담회까지 자청해 ‘노동시장 개편 방향’을 공개했는데, 대통령이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니 이 문제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 의견 수렴 과정이고 최종안이 결정된 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최종안이 아닌 것을 어떻게 장관이 발표하나.

주 52시간제 개편은 노동 개혁의 주요 부분인데 대통령이 장관 발표 바로 다음 날 스스로 김을 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기업과 연구소에선 일이 몰릴 때 집중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 52시간 원칙을 유지하되, 그것을 월 단위로 계산하면 근로자에게도 손해가 아니다. 하지만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주 52시간 무력화’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어떤 합리적 개혁도 무조건 거부한다.

윤 대통령이 이런 노동계 반발을 보고 물러섰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지난번 화물연대 총파업에도 업계 피해를 감수하며 왜 일주일을 끌었는지 알 수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방적인 양보를 했다. 이런 식이면 노동 개혁만이 아니라 교육, 공공, 연금 개혁 모두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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