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6·25는 우리 마을을 뒤엎었지만… 끊어진 다리는 다시 이어질 거예요
왜관 철교
강민경 글 | 여는 그림 | 현암 주니어 | 200쪽 | 1만4000원
웃개마을 친구 흥순이와 봉임이는 뒷산에 올라 낙동강 내려다보는 걸 좋아했다. 사람들이 개미처럼 꼬물꼬물 오가고, 기차는 칙칙폭폭 왜관 철교를 건넜다. “나는 기관사가 될 거야!” 주먹을 꼭 쥔 흥순이를 향해 봉임이가 깔깔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래 그래, 나도 그 기차 꼭 태워줘!”
나물 하나만 새로 무쳐도 집집이 나눠 먹던, 풍족할 때나 빈궁할 때나 곳간을 열어 서로 보살폈던 마을. 하지만 6·25전쟁이 모든 걸 바꿔 놓았다. 제복 차림이 멋졌던 기관사 민수 오빠가 먼저 쓰러졌다. 특공대원들을 싣고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마을에 기숙하며 일을 돕던 기동이 아재는 빨간 완장을 차고 인민군과 함께 나타났다. 그들에게 아빠가 총살당한 뒤, 어린 봉임이는 그만 마음의 병을 얻었다.
총소리 포탄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사람들은 피란길에 올랐다. 강을 건너자, 왜관 철교가 폭파돼 불타올랐다. 국군과 미군이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려 다리를 끊은 것이다.
피란길과 판자촌 생활을 버티며 흥순이는 떠나올 때 할아버지가 했던 말을 기억했다. “다리는 이어질 게다. 원래 이으려고 만든 것이니, 잠시 끊어진다 해도 언젠간 다시 이어지게 되어 있단다. 모든 것은 다시 바로잡힐 게야.” 흥순이는 고향으로 돌아갈 소망을 잃지 않고 견딘다. 파스텔 톤의 그림이 둥글둥글 정겨워 더 마음이 아리다.
치열했던 낙동강 전투의 상징과도 같은 왜관 철교는 지금은 ‘호국의 다리’로 불린다. 목숨을 걸고 군사작전에 참여했던 기관사들,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야구부 학생 등 전쟁 중 실제 이야기가 곳곳에 녹아 있다. 작가는 “힘든 시간을 이겨내 오늘을 만들어 주신 그 시절의 모든 흥순이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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