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 대신 화를 냈다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
진연주 지음|문학과지성사|251쪽|1만4000원
“잘 가요 엄마. 가서 다시는 오지 말아요.”
표제작 속 화자는 죽은 엄마를 끌어안고 이렇게 말한 날을 회상한다. 죽음이 하나도 슬프지 않고 화가 나서 그랬다고 한다. 그러나 뒤늦게 후회한다. 사랑하는 이를 상실할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그날의 분노는 엄마에게 사랑을 제대로 전달 못 한 자신에 대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엄마는 한참 앓았다. 눕거나 실내에 있으면 숨이 가빠 주차장에 의자를 두고 앉아 지냈다. 잘 먹지 않고 항상 그 자리를 지켰다. 밥솥 뚜껑 여는 법도 잊어버렸다. 그는 이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해 짜증을 냈다. 그러다 갑자기 찾아온 죽음. 사랑한다는 말 대신 분노를 내뱉었다.
이제 그는 죽음을 앞둔 두 마리의 늙은 개들에게서 엄마를 본다. 개들은 밥을 잘 못 먹고 걷지도 못한다. 사랑스럽지만 몸이 아파 챙겨줘야 하는, 지긋지긋한 존재들이다. 한번의 상실을 견뎌낸 그는 이들을 상실할 미래를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현재를 살아간다. 한 마리는 강보에 싸서 안고, 한 마리는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나간다.
이 단편으로 작년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 이를 비롯해 9편을 묶었다. 소설 속 인물 대부분은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사별 등 ‘상실’을 겪은 이들이지만, 반응은 제각각이다. 무덤덤한 것도, 슬픔에 잠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책을 묶으면서 여러 편의 소설을 버렸다. 살아남은 소설들이 계속해서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작가의 말’에 썼다. 이런 바람이 담긴 글들을 읽다 보면, 무수한 상실 속에서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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