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76] Sometimes you don’t see the line until you cross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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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최하 인간임을 깨닫고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완벽한 안도감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 성취와 성공만이 전부인 것 같은 이 시대에 이런 모순적 인간도 있을까. 윌리엄 린지 그레셤이 1946년에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Nightmare Alley∙2022∙사진)’는 한 야심가의 성공과 좌절을 충격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떠돌이 스탠턴 칼라일(브래들리 쿠퍼 분)은 우연히 순회 카니발(유랑 극단)에 들어가 잡일을 하게 된다. 이 카니발에는 기인이라고 하는, 인간 모습을 한 괴생명체가 있다. 카니발 단장 클렘 호틀리(윌럼 더포 분)에 따르면, 기인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몇 주를 버티며 공기만 있어도 살 수 있고, 도마뱀과 새의 피를 빤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 없는 인간(Unequivocally, a man)이라고 주장한다. 스탠(스탠턴)은 이 기인이 평범한 노숙자이며 클렘의 회유와 협박에 붙잡힌 알코올중독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동정의 눈빛을 보낸다.
이후 스탠은 비상한 머리로 카니발에서 거짓 독심술을 배워 자신만의 공연을 시작하고 어느새 부와 명예를 쥐게 된다. 스탠을 따라 카니발을 나온 몰리(루니 마라 분)는 스탠이 위험한 거짓말로 관객들을 현혹하는 일이 늘자 이런 편지를 남기고 떠난다. “당신에게 부족한 건 내가 아니야(Whatever is missing in you, it sure is not me).” 스탠에게 필요한 건 부와 명예, 그리고 인정받는 것이다.
그럼에도 스탠은 허겁지겁 몰리를 붙잡고 자신이 지나쳤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선을 넘고서야 선이 보일 때가 있어(Sometimes you don’t see the line until you cross it).” 하지만 결국 큰돈이 걸린 마지막 독심술 사기를 포기하지 못하고 나락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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