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수세 뚝.. "차라리 물려주자" 증여 54% 늘어

정순우 기자 2022. 6. 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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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 연속 매매수급지수 하락.. 대구는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져
보유세 중과 피하려는 다주택자, 6월전 처분하려고 증여 선택

금리 인상, 집값 하락 우려 등의 여파로 아파트 매수 수요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서울은 7주 연속 아파트 매수 수요가 줄었고, 대구는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매수세가 쪼그라들었다. 현장 중개업소들은 “아파트 매물은 많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급매물이 아니면 매수 문의조차 없다”고 말한다. 최근 시세대로 아파트 값을 받고 팔기 어려워지자 매매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면서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한 달 사이 50% 넘게 급증했다.

◇서울 아파트 매수세 7주째 감소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8.1로 지난주(88.8)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1부터 200 사이 숫자로 지수화한 것으로, 100 밑으로 내려가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적은 상태임을 뜻한다. 수치가 낮을수록 매수세가 약하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올 들어 계속 약세를 이어오다 3월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반등하는 듯했지만, 지난달 10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1년 유예 조치 시행 후 다시 꺾이기 시작해 7주 연속 하락 중이다. 세금을 아끼려는 다주택자 중심으로 집을 내놓고 있지만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는 탓에 거래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매물만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6만4778건으로 두 달 전(5만4945건)보다 17.9% 늘었다.

전국 매매수급지수도 지난주 93.4에서 이번 주 93으로 하락했다. 특히 집값 하락이 반년 넘게 이어지는 대구는 매매수급지수가 76.5까지 떨어지며 2012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싸게 파느니 물려주자”… 서울 아파트 증여 54% 급증

거래 절벽이 심화해 시세대로 집을 처분하기 어려워지자 매매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증여는 812건으로 전월(525건) 대비 54.7% 급증했다. 대출 규제로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기 직전인 작년 7월(1286건) 이후 가장 많다. 전체 거래(3508건)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율도 23.1%로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작년 3월(24.2%)에 이어 역대 둘째로 높다. 전체 아파트 거래 4건 중 1건꼴로 증여였다는 의미다.

증여가 급증한 것은 “다주택자들이 집값 조정을 증여의 기회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주택자는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집을 처분하면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동시에 아낄 수 있다. 이 때문에 4~5월 중 처분하려는 다주택자가 많았지만, 매수 수요가 워낙 급감한 탓에 거래는 안 되고 가격도 내려가자 증여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전세 세입자가 있는 집을 증여하면 보증금은 증여가 아닌 양도로 간주돼 증여세가 줄어든다”며 “서울 아파트 값이 장기적으로는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다주택자들은 지금의 집값 조정기를 증여의 기회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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