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예술, 문학과 철학이 담긴 다채로운 집 이야기

박성준 2022. 6. 25.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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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탄생/김민식/브.

"당신이 원하는 집이 초가집인지 궁전인지 내게 얘기해주오. 그럼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분별하겠소."

나무에서 시작된 저자의 관심사는 자연히 집으로 옮겨 갔고, 지적 호기심이 가득한 독서광은 현장에서, 책장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수집했다.

이야기가 끝나는 곳에 등장하는 나무와 집의 그림은 글의 여운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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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브.레드/1만6000원
집의 탄생/김민식/브.레드/1만6000원

“당신이 원하는 집이 초가집인지 궁전인지 내게 얘기해주오. 그럼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분별하겠소.”

19세기 프랑스 문필가이자 쇼팽의 여인이기도 했던 조르주 상드가 남긴 이야기다. 집이 재산으로 취급되는 시대, 우리들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세기의 건축가가 지은 집, 외딴 숲속 철학가의 오두막, 휘황찬란한 왕비의 궁전, 마주 앉으면 무릎이 맞닿는 시인의 집, 골목길에 즐비하던 아무개의 양철집, 그리고 아파트.

사람이 집에 거주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집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상드의 장담은 유효할 것이다. 

지은이는 내촌목공소 대표. 40여 년 목재 딜러, 목재 컨설턴트로 일하며 나무를 보러 세계를 다닌 여정만큼 다양한 풍경과 공간과 삶의 모습을 보고 읽었다. 한국 전통 주택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많은 이들처럼 아파트에서 오래 살았지만 캐나다 밴쿠버에서 본 꿈만 같았던 삼나무 집에 반한 기억으로, 나무 집에 살면서 나무 집을 지어 판다.

반 고흐가 머물던 들판의 오두막, 르코르뷔지에가 호숫가에 지은 집, 프랑스에서 시작된 아파트, 도연명과 추사의 초라하기 그지없는 초가집, 휘황찬란한 궁전을 버리고 마리앙투아네트가 지은 촌락, 대통령의 저택과 어느 시절 골목길의 판잣집과 양철집까지. 역사와 예술, 문학과 철학이 담긴 다채로운 집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무에서 시작된 저자의 관심사는 자연히 집으로 옮겨 갔고, 지적 호기심이 가득한 독서광은 현장에서, 책장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수집했다. 이야기가 끝나는 곳에 등장하는 나무와 집의 그림은 글의 여운을 더한다. 반 고흐의 오두막은 지붕에 풀을 이고 있고, 르코르뷔지에의 어머니의 집에는 잔잔한 호숫가 곁에 머문다. 저자가 써내려 간 집과 건축 이야기는 여느 건축학자, 민속학자의 기록보다 방대하고, 깊으며, 인간적이다. 알고 경험하고 이해하고 쓴 저술의 매력이다.

심리학자 카를 융은 돌을 다듬고 날라 지은 오두막에서 자궁과 같은 평안과 아늑함을 느꼈다. 내로라하는 21세기 모더니즘 건축가가 지은 집은 소송에 휘말렸고 이제 누구도 살지 않는다.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 유유자적하며 살아보기 위해 숲으로 들어간 사상가는 성치 않은 집에서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소수민족의 판잣집, 선로 변의 양철집, 거주자가 되는대로 지은 오두막은 과연 보잘 것 없는 것인가. 집이 경제이자 재산으로 취급되는 시대에, 삶을 중심에 두고 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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