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부터 현대까지.. '팩트'로 읽는 한국 통사

김용출 2022. 6. 25.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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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국정 교과서 파동' 등 발단
교과서 넘어 객관성 담보한 역사 서술 목표
한국역사硏, 기획서 출판까지 10년 역작물
선사·고대·고려·조선·식민시대·현대까지
역사 흐름 이어가며 해석보다 '서술' 비중
당시 국제질서 조명.. 거시적 시야 키워줘
한국역사연구회가 기획부터 출간까지 10년 가까운 노력 끝에 원고 매수 5000매에 이르는 한국사 통사를 출간했다. 연구회 측은 “이념이나 ‘해석’보다는 ‘서술’과 ‘설명’에 분량을 할애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담긴 우즈베키스탄의 아프라시압 궁전 벽화. 돌베개 제공
시민의 한국사 1, 2/한국역사연구회/돌베개/각 3만8000원

2015년, 박근혜정부는 “올바른 역사 교육”을 명분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교과서화를 추진했다. 국정 교과서는, 여러 민간 출판사가 각자 저작한 뒤 교육부가 검정 승인한 교재들 가운데 이를 일선 교육현장에서 자율적으로 채택하는 검인정 교과서와 달리, 국가 및 정부가 직접 나서서 발간하고 각급 학교에선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언론과 학계, 시민단체 등이 정부의 한국사 국정교과서화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동력이 약화했다. 결국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폐기됐다. 이른바 ‘국정교과서 파동’이었다.

이에 앞서 2년 전이던 2013년 8월에는 뉴라이트를 비롯한 보수학자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교육부 검정 심사를 통과하자 언론과 학계를 중심으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결국 이듬해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전국 학교 가운데 단 1곳에서만 채택되면서 현장에서 자연스러운 퇴출 수순을 밟았다. ‘교학사 교과서 파동’이었다.
시민의 한국사 1/한국역사연구회/돌베개/각 3만8000원
시민의 한국사 2/한국역사연구회/돌베개/각 3만8000원
역사 서술과 유통을 놓고 대한민국 사회가 잇따라 극심한 갈등과 소용돌이에 빠져들며 혼란상을 보이자, 1988년 창립된 한국역사연구회 회원들은 최신 연구 성과까지 반영해 ‘교과서’를 넘어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적확한 우리 역사, 전문 연구자들이 객관성을 담보한 제대로 된 한국사를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대학교수와 박사급 연구자 50여명이 필자로 참여하고, 교열위원 20여명을 따로 둬서 내용 검수 과정을 거친 뒤, 편집부가 다시 다양한 문체와 논문투 문체를 다듬고 보완하는 등 기획부터 출간까지 10년 가까운 수고 끝에, 원고 매수 5000매에 이르는 두 권의 두툼한 한국사 통사가 탄생했다. 대한민국 시민 누구에게나 널리 읽히려는 마음이 담긴 ‘시민의 한국사’이다. 편찬위원장은 하일식 연세대 교수가 맡았다.

한국역사연구회가 펴낸 ‘시민의 한국사’는 선사시대부터 2022년 초 문재인정부 시절까지 선사, 고대, 통일신라 및 발해, 고려, 조선, 개항기, 식민지기, 현대 총 8편으로 구성됐다. 책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내용을 제1권 ‘전근대편’으로, 개항기부터 현대까지 내용을 제2권 ‘근현대편’으로 분권했다.

각 편은 기본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따르되,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한 동학인 당시의 국제질서와 정치 부문을 제일 앞에 뒀고, 그 뒤를 이어서 경제, 사상, 문화 순으로 담았다. 중요한 개념이나 사건은 상세히 해설하고, 논쟁 요소나 흥미로운 일화는 별도로 글을 작성했다. 지도와 사진 등 시각 자료도 곳곳에 배치해 독자의 이해를 높였다.

한국역사연구회는 머리말에서 “이념이나 해석에 치중하지 않은 내용을 담으려 했다. ‘해석’보다는 ‘서술’과 ‘설명’에 분량을 할애했다”며 “어떤 시대나 사건에 대한 해석을 바로 제시하기보다는 사실 자체를 드러냄으로써 독자 스스로 해석하도록 서술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특히 책은 한국사에서 그동안 소홀히 다뤄진 부여사(‘부여의 성립과 역사의 전개’)를 자세히 조명했고, 개항기 이후 시기는 최신 연구 성과를 대폭 반영해 양도 늘리고 풍성하게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에 따르면, 먼저 부여는 기원전 2세기 무렵 오늘날 중국 지린성 지린시 일대를 중심으로 등장해 서기 494년 고구려에 완전히 흡수되기까지 대략 400여년간 이어졌다. 특히 책은 부여가 기원전 3세기 무렵 북방 초원에서 흉노가 동쪽으로 동호를 격파하고 세력을 확대하자 동호가 다시 동쪽으로 이동을 감행했고, 기원전 194년 부여 남쪽에 위치한 고조선에서 중국계 유이민이던 위만이 준왕을 몰아내고 왕위를 차지한 시대적 국제적 환경 변화 속에서 탄생했다고 자세히 분석한다.

고려 예종대의 ‘동북 9성’ 개척과 관련한 논의의 현주소를 상세히 설명한 것도 눈에 띈다. 책에 따르면, 고려 숙종의 뜻을 계승한 예종은 즉위 후 대대적인 여진 정벌에 나서 기병의 중요성을 강조한 윤관 등을 앞세워 동북 9성을 확보했다고 적고 있다. 특히 윤관이 동북 9성을 쌓고 고려의 영토를 넓힌 후 이를 기념하기 위해 비석을 세웠던 모습을 담은 그림 ‘척경입비도’를 삽입하고 자세히 설명했다.

아울러 제2권 ‘근현대편’은 최신 연구 성과가 가감하게 반영됐고 박근혜 및 문재인정부의 역사까지 포함돼 어느 통사보다 풍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당시의 세계사와 동아시아 국제질서 변화를 꼼꼼히 살펴보면서 우리나라 역사를 서술, 거시적인 시야 속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가령, 개항기 앞부분에선 18세기 중엽부터 시작된 영국의 산업혁명과 1789년 프랑스 혁명 등으로 근대국가가 형성되고 이어서 민족주의 성격이 강화되면서 제국주의 시대가 도래하는 과정, 이 과정에서 국제법 체계가 형성되는 맥락,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의 대응 등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조선 사회를 들여다본다.

통사 ‘시민의 한국사’를 펴낸 한국역사연구회는 국내 역사학계 가운데 가장 많은 회원 700여명을 보유한 대표적 역사학회이다. 그간 ‘한국사강의’, ‘한국역사’, ‘한국역사입문’, ‘(삼국·고려·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등을 출간하며 역사 대중화에도 앞장서 왔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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