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에 담은 제주의 말과 역사

신준봉 2022. 6. 2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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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서귀포가 그리울 때가 있다
사람보다 서귀포가 그리울 때가 있다
오승철 지음
황금알

제주의 시조시인 오승철은 현대 시조 곳간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한 많은 제주 역사, 무심한 자연환경, 무엇보다 손쉬운 해독을 거부하는 제주 사투리를 시조 형식 안에 과감하게 끌어들이고 있어서다. 그의 이런 시도는 자못 오래됐다. 사투리 ‘셔’를 제목으로 삼은 작품으로 2010년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하며 공인됐다.

새 시조집 『사람보다 서귀포가 그리울 때가 있다』 역시 그런 ‘기획’의 산물이다. 제주 역사와 방언에 생소한 이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다. 당장 맨 앞에 실린 단시조 ‘백비’부터 그렇다.

‘백비’는 4·3 사건의 역사적 의미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아무런 문구도 새겨 넣지 못한 그야말로 하얀 비석으로 알고 있다.

“비야 비야 봄비야 4월 들녘 봄비야// 꼼짝꼼짝 고사리 꼼짝/ 말몰레기 봄비야// 꿩 울음 그만 뱉어라,/ 돌아눕는/ 백비야”.

백비가 놓여 있는 배경 공간에 봄비가 내린다. 그런데 “꼼짝꼼짝 고사리 꼼짝”부터 막힌다. 2014년 인디 음악인들의 4·3 헌정 앨범에 수록된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의 노래 가사다. 제주 사투리 “말몰레기”는 벙어리라는 뜻. 단순한 서정시가 아닌 것이다. 이런 작품들이 이어진다. 제주 공부가 되는 시조집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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