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만 위한 정책 따로 없어요"

글송영규 선임기자 2022. 6.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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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성소수자 구의원' 서울 마포구 차해영 당선인
'모두 함께 잘 사는 정치'가 중요
특정집단 아닌 생활형 구정 집중
골목길 밝히고 거리는 깨끗하게
내 집앞 바꾸는 게 구의원의 역할
차해영 마포구 구의원 당선인이 지방선거 기간 자신이 내건 공약이 담긴 벽보 앞에서 앞으로 구정 활동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경제]

“성 소수자만을 위한 정책이요? 그런 건 없어요. 차별방지법 같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중앙 정치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죠. 제가 할 일은 골목길을 밝게 하거나 깨끗한 거리를 만드는 것과 같이 내 집 앞을 바꾸는 것입니다.”

6·1 지방선거에서 성 소수자로는 국내 처음으로 구의원 당선증을 거머쥔 차해영(36·사진) 당선인은 “앞으로 구정 활동은 특정 집단이 아니라 생활 밀착형 정책에 집중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차 당선인은 서울 마포구 바 선거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로 출마해 47.53%의 득표율을 기록해 구의회에 입성했다.

2017년 언론을 통해 커밍아웃한 차 당선인은 선거 기간에도 약점을 잡히는 것이 싫어 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성 소수자만을 위한 정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모두가 차별 없이 함께 잘사는 것이야말로 성 소수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자신의 구정 활동이 생활 밀착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지방선거를 중앙 선거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대선이나 총선은 국가 단위의 실천을 하기 위한 것이라면 기초의원은 근거리 내의 일상을 바꾸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차 당선인은 “주민자치 회의에 가면 내 집 앞에 가로등을 몇 개나 더 세울지, 동네 공원에 어떤 꽃을 심고 디자인은 어떻게 할지 등을 다룬다”며 “이처럼 근거리 안에서 내 일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이 구의원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차해영 마포구 구의원 당선인

차 당선인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선거에서 1호 공약으로 내세운 ‘혼자여도 안전한 동네’다. 여기에는 사회는 1인 가구 중심으로 급격히 변해가는데 시스템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돌봄’이다. 돌봄은 국가와 사회가 보장해야 하는데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제 아버지도, 어머니도, 저도 1인 가구입니다. 만약 누구 하나 아프면 다른 사람의 생계는 치명타를 받습니다. 혼인을 하지 않거나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도 마찬가지다. 세대별로 지급하다 보니 세대주는 아버지인데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경우, 이혼소송 중인 청년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사회 변화를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해 나타나는 부작용들이다.

물론 구 단위에서 사회 전체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물꼬는 틀 수 있다. 차 당선인은 “동네 차원에서 고독사를 방지하고 1인 가구로도 잘살 수 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며 “이런 지역이 확대된다면 국가 차원에서도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해영 마포구 구의원 당선인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유명해지는 것’이라는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솔직히 자신이 사는 동네의 구의원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러기에 구정에도 별로 관심을 갖게 되지 않는다. 모든 선거가 지방자치보다는 중앙 정치에 매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변화를 시도해야 하고 눈길을 끌어야 한다. 차 당선인이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구정을 하고 싶다고 밝힌 배경이다. 차 당선인은 “제안과 논의를 최대한 구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려고 한다”며 “정책을 알리기보다 새로운 목소리를 내면 구정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 당선인의 모토는 ‘정치는 모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 평범한 진리가 그의 목표인 것은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책은 정치인이 원하고 행정이 원해서 이뤄지는 게 많다. 이제는 방향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차 당선인은 “구민을 위한 정치를 하려면 누군가 한 명은 ‘구민이 과연 원하는 것인가’라는 완전히 다른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제가 구의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바로 그것”이라고 역설했다.

글송영규 선임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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