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258]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법

백영옥 소설가 2022. 6.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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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음 메시지를 종종 받는다. 아마 내 또래 지인들의 부모님들이 세상을 떠나는 세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장례식장 앞에서 빨간색 신호등에도 태연히 건널목을 걷는 노인을 봤다. 최근 히라마쓰 루이의 책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을 읽다가 노년이 되면 눈꺼풀이 처지고 허리가 굽어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신호등은 1초에 1m로 설계돼, 넘어질까 봐 주로 발밑을 보고 걷는 노인의 걸음이 감당하기엔 짧다.

내 친구는 나이가 들면서 이전에 비해 대화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사소한 것에 자주 화를 냈던 노모를 치매로 의심했다. 하지만 치매가 아닌 청력 저하가 원인이었다고 한다. 완강하게 거부하던 보청기 착용 후, 노모의 상태가 한결 좋아졌다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나이가 들어서 성격이 나빠졌다고들 하는데, 나빠진 것은 성격이 아니라 청력”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60세 이상의 노인은 높은음의 경우, 낮은음의 1.5배 이상의 음량이 아니면 잘 듣지 못한다.

노인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역시 뇌의 노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고령자는 ‘여러 번 말한 내용’은 장기기억이라고 정확히 기억하는데, 그걸 ‘최근에 말했다’는 사실은 단기기억이라서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노화에 대해 얼마나 아는 걸까. 우리가 ‘듣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이 실은 고령자에겐 ‘잘 들리지 않은 것’이었을지 모르다.

최근 고령의 어르신과 생활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나이가 들면서 비로소 자신의 몸에 대해서 공부하게 되었다고 했다. “여기 무릎이 있고요, 허리도 있어요. 그리고 침침해진 눈도 있어요”라고 자신의 몸들이 말을 걸어온다고 했다. 무엇인가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했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해지지 않았을 때이다. 노인이 되어 꽃무늬 옷에 관심이 가는 것은 이미 꽃의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는 것은 이제 건강이 자신을 떠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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