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추세에도 '재택근무'에 저항하는 나라들 [뉴스+]

조성민 2022. 6. 2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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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근로자 약 38% 부분 재택근무
재택 일자리 구인 팬데믹 이후 3배 늘어
"2022년 북미 전문직 25% 재택근무"
프랑스·일본 재택근무 문화에 저항 중
이들 국가는 비공식적 상호교류 중요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속하게 확산한 ‘재택근무’는 팬데믹이 종식되는 시점에도 여전히 각광받는 추세다. 방역조치 탓에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재택근무가 이전보다 효율적이라는 분석도 많아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부분 혹은 완전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취업사이트 ‘인디드’(Indeed)에 따르면 전 세계 재택근무 일자리 공고 비율은 2020년 1월 평균 2.5%였지만, 2021년 9월에는 7.5%로 3배 가까이 치솟았다.

24일 BBC방송에 따르면 특히 아일랜드, 스페인, 영국 등의 국가에서 재택근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2022년 업무동향지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근로자의 약 38%가 하이브리드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근무는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혼합한 형태를 말한다. 구인·구직 사이트 ‘레더스’(Ladders)는 2022년 말까지 북미 내 모든 전문 직종의 25%가 재택근무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저항하는 나라들도 있다. 프랑스와 일본이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주 5일·사무실 출근 근무제를 서둘러 복구하려는 움직임이 확연하다고 BBC는 전했다.

◆변화를 꺼리는 프랑스인

프랑스는 일터에서 동료와의 상호작용을 중요시하는 나라 중 하나다. 프랑스의 싱크탱크 ‘장 조레 재단’과 여론 조사기관 ‘IFOP’의 연구에 따르면 “적어도 주 1회는 재택근무한다”라고 답한 프랑스 근로자는 29%에 불과했다. 독일 51%, 이탈리아 50%, 영국 42%, 스페인 36% 등 주변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하면 확연히 낮은 수치다.

프랑스 북부 릴의 IESEG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재택 매니지먼트를 위한 작은 공구 상자’를 쓴 소니아 르빌리앙 교수는 “프랑스인들은 대부분의 경우 변화를 꺼린다”라면서 “고정관념이지만, 사실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한 거리에서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프랑스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는 조금씩 늘고 있다. BBC에 따르면 많은 프랑스 기업들이 ‘핫 데스킹’(각자의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은 사무실 내 자유 좌석제) 제도 등 사무실을 새롭고 유연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직원들이 이에 매우 회의적”이라는 게 르빌리앙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직원들은 사무실 내 자기 자리에 애착감을 갖고 있다”며 “자신의 정체성과 소속감의 상징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으로 프랑스 조직은 믿음과 자율성보다는 톱다운 방식에 가깝게 운영됐다”라고 덧붙였다.

◆빨리 사무실로 돌아가고 싶은 일본인

일본 역시 재택근무를 선호하지 않는 나라다. 파리사 하그히리안 일본 도쿄 조치대 국제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 내 직장에서는 미묘한 보디랭귀지나 회의 중 ‘분위기 파악하기’ 등 수많은 암묵적인 메시지들이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직접 상대를 만나 회의하는 게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보다 언제나 더 낫다”며 “왜냐하면 이러한 비언어적 요소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팀을 중심으로 일하는 일본기업과 개인 중심의 외국기업 간 문화적 차이도 재택근무 적응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외국기업은 각자에게 고유의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는 편이지만, 일본에서는 직원별 역할이 비교적 덜 분명하게 나뉘어 있다고 BBC는 전했다. 대신 일본 직원들은 팀을 이뤄 서로 의존하면서 일하며, 직원 평가도 팀별로 이뤄진다.
도쿄의 한 거리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걸어다니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래서 일본인들은 사무실을 벗어난 근무는 생산성이 낮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그히리안 교수는 “동료의 업무가 어디서 끝나고, 내 일은 어디서 시작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며 “모든 직원이 모든 것을 함께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기업에서 이러한 상호작용은 매우 유동적으로 흘러간다”며 “외부인들의 눈에는 누가 책임자이고, 누가 실무자인지 구분하기 정말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본 사회의 고질병으로 불리는 ‘프리젠티즘’도 재택근무를 꺼리게 한다. 이는 몸이 좋지 않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없어도 어떻게든 사무실에 출근하는 문화를 말한다. 

하그히리안 교수는 “일본인들은 최대한 하루라도 빨리 사무실로 복귀하고 싶어 했다”며 “일본에는 사무실에서 오래 남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경력을 발전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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