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항문 세척은 되레 가려움증 유발[최은경의 속담 건강학]

최은경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대장항문학과 교수 입력 2022. 6. 2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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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똥 누고 밑 안 씻은 것 같다'

‘똥 누고 밑 안 씻은 것 같다.’ 이 속담은 ‘뒤끝을 맺지 못하여 꺼림칙하다’는 의미입니다. 항문질환자들 중에는 변을 보고 난 후 항문이 개운치 않다는 느낌 때문에 항문을 지나치게 세척한 나머지 오히려 항문 피부에 변성이 오고 항문 주변에 가려움을 심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례1> 40대 여자입니다. 2~3년 전부터 밤에 잘 때 또는 가만히 쉬고 있을 때 항문이 가려워서 손톱으로 자주 긁게 됩니다. 요충 때문일까 해서 약도 먹었는데 계속 가렵습니다. 원래 변이 좀 묽어서 변이 풀어져 나오는 편이다 보니 깨끗하게 변이 잘 안 닦일까봐 변을 보고 나면 항상 비누로 항문을 닦습니다. 가려운 증상이 생기고 나서는 항문에 대변이 묻어서 그럴까 싶어 휴지를 5~6번 바꾸어서 박박 닦습니다.

<사례2> 50대 남자입니다. 변비가 있어서 변을 볼 때마다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변을 보고 나서 휴지로 깨끗이 닦고, 바로 비누칠을 해서 세척합니다. 그래도 항상 항문이 뭔가 축축한 느낌이 들어 휴지로 항문을 자주 닦지만 실제 항문에 묻어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몇 개월 전부터는 항문이 가려워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전문의 진단·조언>

항문이 가려운 증상, 항문소양감은 병적 상태나 원인(당뇨, 간질환, 알레르기성 질환, 피부병 등)에 의한 2차적 항문소양증과 특별한 원인이 될 만한 질환이 없이 가려움증이 발생하는 1차적 항문소양증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환자들은 항문 가려움증이 항문을 잘 씻지 않아서 생긴 것으로 오해하고, 잘못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창피해서 말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1차적 항문소양증은 잘못 알고 있는 항문관리법이나 생활습관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변의 상태가 너무 묽거나 단단하여 배변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항문을 청결하게 하고자 비누로 너무 많이 닦는 경우 등에서 항문소양증이 생기거나 나빠집니다. 스트레스 및 커피, 향신료, 알코올 등의 과다 섭취도 항문소양증 유발과 악화의 원인입니다. 가려워서 항문 주변을 긁으면 피부가 손상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더욱 소양감이 증가되어 다시 긁는 행위가 유발되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항문 주변에 바르는 연고는 바르는 순간에는 일시적으로 증상이 좋아지지만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항문소양증은 유발 및 악화 인자들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문 가려움증이 있다면 건강한 배변을 위해 식이섬유를 복용하고, 지나친 항문 세척을 피하고(특히 지나치게 뜨거운 물로 닦거나 휴지로 너무 세게 여러 번 닦는 습관 등), 가려운 경우에는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고 찬바람으로 항문을 말리는 것 등이 도움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항문 소양증은 ‘똥 누고 밑 안 씻어서’ 생기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밑을 너무 많이 씻어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문 가려움증이 오래 지속되면 대장항문외과를 방문하여 자세한 병력 청취를 통해 원인이 될 만한 유발질환이나 생활습관이 있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10회에 걸친 ‘속담 건강학’에 관심을 가져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조상들의 지혜 속에 녹아 있는 속담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세요.

최은경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대장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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