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혁신신약 '선 급여, 후 평가' 도입해야"

박효순 기자 2022. 6. 2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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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바이오기자협회 '환자 중심 건보 정책' 심포지엄
항암 치료와 신약 약가제도 및 정책 분야의 권위자인 강진형 교수가 ‘환자 중심 항암제·희귀질환 혁신 신약’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박효순 기자
암·희귀질환 투병 환자 40% “비싼 약값 때문에 치료 중단 경험”
의학계 “사전승인 심사 요건 현실화, 급여 등재 기간 단축 필요”

새 정부 출범 이후 고가 항암제와 혁신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환자들의 고액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면서 건강보험재정도 지킬 수 있는 접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암환자나 난치성 희귀질환자들이 약값을 감당 못해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환자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신 항암제와 중증·희귀 질환 혁신 신약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선 급여, 후 평가제’ 도입 등 환자 중심의 정책을 펴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회장 김철중)가 지난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환자 중심 항암제·희귀질환 혁신 신약, 바람직한 정책 방향’ 심포지엄에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는 주제 발표 ‘항암제 혁신 신약 효과와 현황’을 통해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항암제 혁신 신약의 환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이를 위해 중증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선 급여, 후 평가’ 제도 시범 도입, 사전승인제도 심사 요건 현실화와 제도 개선, 급여 등재 기간의 실효성 있는 단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암과 중증·희귀 질환에 사용되는 신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은 이후에도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약제 급여 적정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 그 기간 동안은 비싼 약값을 환자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적절한 치료제가 있는데도 비싼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현재 신규 항암제나 희귀질환 혁신 신약이 보험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평균 약제 급여 적정성 평가 120일, 약가 협상 60일, 약가목록 고시 30일이 각각 소요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2개월 단축한다는 내용의 공약을 내놨다.

이제 그 공약을 적극 추진해야 할 때이다. 의학바이오기자협회의 조사 결과 암과 중증·희귀 질환으로 투병 중인 환자 10명 중 4명 이상이 과도한 약값 부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암(100명), 희귀질환(115명), 기타 중증 만성질환(35명)을 대상으로 했다. 응답은 환자가 직접 하거나, 가족이 대신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2.8%(157명)가 치료 과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으로 ‘경제적 요인’을 꼽았다. 특히 44.0%(110명)는 약값 부담 등의 이유로 실제 치료를 중단한 경험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신약이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후 건강보험 급여 승인까지 적절한 소요 기간으로는 ‘3개월 이내’(32.8%), ‘허가 즉시 0일’(29.2%), ‘6개월 이내’(14.0%), ‘12개월 이내’(8.8%) 등의 순으로 답했다. 대체 약물이 없어 생명과 직결된 치료제의 경우 허가와 동시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새로운 신속 등재 제도의 도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6.4%가 찬성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앞으로 항암제와 희귀질환 혁신 신약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려는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전은석 교수는 “심장 아밀로이드증의 유일한 치료제인 ‘빈다맥스’는 2020년 국내에서 사용 허가를 받았지만 비싼 약가로 인해 2년째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언제 치료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고 했다. 전 교수는 “최소한 대체치료법이 없는 희귀질환의 치료제에 대해서는 치료제 허가와 동시에 빠르게 환자들이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마련과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약대 이종혁 교수는 “국내 약가제도 혜택이 항암제에 집중돼 있다”며 “희귀질환 치료제의 보장성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제도 내에서 해결되지 않는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재정 외의 기금 조성을 통해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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