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복합문화시설 조성'에 연극인의 자조 "여긴 아직 아사리판"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2022. 6. 2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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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복판에 기초예술 전용공간 신설에 장르마다 '동상이몽'
제3차 복합문화시설 조성사업 공청회© 뉴스1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문화체육관광부가 2013년 12월부터 추진한 서울역 뒷편 서계동 국립극단 부지에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 가시화되자 연극, 무용, 뮤지컬, 오페라 등 공연계가 희망에 부풀었다. 기초예술을 존중하고 강조한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서울 중심에 제대로 된 전용공간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은 탓이다.

24일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열린 '제3차 복합문화시설 조성사업 공청회'에서는 연극, 무용, 뮤지컬, 오페라 등 기초예술계의 희망과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일부 연극인은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해 공청회 진행을 어렵게 하기도 했다.

다른 연극인은 공청회장에서 생긴 잡음에 대해 "서울시내 4대문 안에 기초예술 전용공간이 생긴다고 기대하다보니 다들 흥분한 듯 싶다"며 "여긴 아직 아사리판"이라고 말했다.

'서계동 복합문화시설'은 공연장 등 문화예술공간과 예술인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행복주택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총 사업비 1244억원을 투입해 지하 4층과 지상 15층 규모의 복합시설물을 조성할 계획이다.

연극, 무용, 오페라, 뮤지컬 등 기초예술인들은 복합시설물에 들어갈 대극장 1곳(1200석 규모) 중극장 1곳(500석 규모) 소극장 3곳(100석, 200석, 300석)의 전용에 관심이 쏠려 있다. 연극계는 국립극단이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연극계 전용공간이 되길 바라고 무용, 오페라, 뮤지컬 등 다른 공연예술계는 함께할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

연극계는 한국연극협회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방지영)을 결성해 복합문화시설이 아닌 국립극단을 중심으로 한 국립공공극장을 건립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청회에 앞서 항의성 집회를 개최하고 공청회에 불참하기도 했다.

윤성천 예술정책관은 "지난 공청회에서 말씀드렸지만 문체부는 국립극단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며 "아울러 서계동이 국립극단의 공간을 너머 제2의 예술의전당으로 자리를 잡아 기초 예술 생태계의 거점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라 공연전통예술과장은 "기본 계획 고시가 지난해 12월31일자로 나갔지만 앞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협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간이 있다"며 "공청회를 통해 예술계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보다 좋은 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연극 비상대책위원회의 목소리는 단일하지 못하다. 공청회 보이콧을 주장했지만 연극인 다수는 공청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대표적으로 오수경 한국연극학회 회장은 "오늘 공청회가 열리는 소극장 판에서 공연 도중에 소나기가 쏟아지면 빗방울 소리에 대사가 안 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10여 년을 버텼다"며 "서계동을 더 나은 새로운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은 꼭 필요하지만 창제작 극장으로 우리 국립극단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명확히 보이지 않아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연극 비상대책위원회의 집회현장© 뉴스1

무용, 뮤지컬, 오페라 등 다른 기초예술계도 서계동 복합문화시설 조성사업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남규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은 "서계동 문화복합공간의 개발은 극장을 비롯한 예술활동공간의 추가 확충이라는 차원에서 기초예술 분야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타 분야와 달리 전용극장이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무용계에 대한 배려가 반드시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연극인들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라는 말씀에 공감하지만 국민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줘야하는 공공재의 기능을 놓치면 안 된다"며 "특히 대극장은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을 공연할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기초 예술계 인사는 "기사를 통해 접한 게 전부지만 박 장관께서 기초예술을 존중하고 강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예술인들이 한류의 근원인 기초예술계가 제대로 터를 잡을 공간이 생긴다고 공감하다보니 기대감이 높아진 듯 싶다"고 말을 더했다.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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