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 등·하교 3시간 거리 강제전학은 "인권침해"

윤기은 기자 입력 2022. 6. 2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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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건강·학습권 등 존중하며 분리조치 해야" 학교 재배정 권고

학교폭력 가해자를 등·하교에 3시간이 걸리는 학교로 강제전학시킨 교육당국의 조치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7일 학교폭력 가해 중학생인 A군을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3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로 강제전학시킨 부산시교육청 해운대교육지원청에 학교 재배정을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해운대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는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목적을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명확하게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A군은 지난해 같은 학교 동급생 B군으로부터 5000원을 빼앗은 뒤부터 지속적으로 금전을 요구했다. 학교 주차장, 복도, 운동장 등에서 수차례 걸쳐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 있도록 벌을 세우고 폭행하기도 했다. A군의 폭력으로 B군은 전치 3주 진단을 받기도 했다. 부산시교육청 해운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A군의 강제전학을 결정했다. B군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지만 학교생활에 대한 공포를 이유로 현재까지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군 부모는 “학교폭력 가해학생이라는 이유로 교육청이 거주지에서 약 25㎞ 떨어진 학교로 자녀를 배정해 인권을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군은 전학 간 학교에 버스로 등교 시 1시간21분, 하교 시 1시간38분이 걸린다고 한다.

부산시교육청 해운대교육지원청은 인권위에 “ ‘2021 중학교 전입학 (재)취학 및 편입학 업무처리 지침’에 따라 학교폭력 피해학생 보호 차원에서 한 조치”라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A군을 강제전학시킬 수 있던 학교는 재학 중이던 학교에서 각각 8.4㎞, 25㎞ 떨어진 두 곳이 있었는데, 8.4㎞ 떨어진 학교에는 최근 강제전학 전입이 1건 있어 추가로 전학생을 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부산시교육청 해운대교육지원청은 가해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지망 학교를 별도로 받지 않았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분리하기 위한 전학 조치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그러나 학교 재배정으로 성장기 학생인 피해자의 건강권과 학습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또 “행정적 문제와 선도 목적 등을 고려했다 해도, 전학 결정 시 아동 최선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며 “아동과 청소년은 독자적 인격체이므로 행동자유권과 인격권이 인간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에 의해 보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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