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이라는 이름으로..'경찰 통제' 시계는 돌아간다

강연주 기자 2022. 6. 2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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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물갈이·경찰국 부활 이어
대통령 직속 경찰제도발전위 추진
'정보경찰 기능 조정' 최우선 과제
경찰대 출신 견제 장치도 만들 듯
이르면 내주 경찰청장 내정자 발표

정부가 경찰 고위직 물갈이와 행정안전부 지휘·감독권 강화 등을 시작으로 경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경찰을 ‘국기문란’ 사범으로 지목하며 본격적으로 경찰 조직을 수술대 위에 올리는 모양새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 공개적인 반발이 표출되는 가운데 경찰 내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새 치안총수를 지명하는 시점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경찰제도발전위원회’(발전위)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발전위는 비대해진 경찰을 견제하기 위해 ‘정보경찰 기능 범위 조정’을 최우선 과제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중 조현오·강신명·이철성 등 전직 경찰청장 3명을 선거정보 수집과 댓글 여론공작 혐의로 법정에 세운 바 있다. 지난 21일 단행된 치안감 전보 인사에서 정보 분야 경험이 없는 조지호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을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에 내정하기도 했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의 주축 세력인 경찰대학 출신에 대한 견제 장치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핵심인 검사 출신 인사들은 사석에서 ‘경찰대 폐지’ 방침을 노골적으로 입길에 올리고 있다.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도 권고안을 통해 순경 등 일반 출신의 고위직 승진을 확대하겠다고 못 박은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무관 이상 직급에 순경 출신을 20% 이상 배치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권 일부를 경찰로 옮기는 데 기여한 문재인 정부 시절 두 명의 경찰청장 모두 경찰대 출신이라는 점도 이런 개혁에 힘이 실리는 이유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발전위가 대통령 직속으로 추진되는 데 대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학교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소속으로 운영될 경우 과연 대통령의 의중과 반대되는 안건을 올릴 수 있겠느냐”며 “객관성을 담보하려면 차라리 국회 차원에서 여야 합의를 조건으로 경찰 제도와 관련한 위원회를 만드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신임 경찰청장 지명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의 한 간부는 “본래 경찰청장을 검찰총장 인사와 함께 단행하려고 했는데 검찰총장 구인난이 심해서 그렇게 하기 어려운 상황 같다”며 “그런 와중에 일련의 사태가 터졌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경찰청장부터 먼저 지명할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중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의 검증 업무가 끝나는 대로 치안총수 내정자를 발표할 방침이다. 일선 경찰관들은 정부의 경찰개혁 드라이브에 연일 저항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김두성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청장님, 총경 이상을 소집해주십시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자신의 사진과 함께 “역사 앞에 당당한 경찰관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글을 내부망에 올렸다. 전날 주동희 경위(경남경찰청 양산경찰서 직장협의회 회장)도 내부망에 “(정부가) 경찰청장 추천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경찰 길들이기를 시도한다”며 “경찰 조직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개돼지쯤으로 취급하냐”고 비판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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