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책 불신' 부르는 대통령과 주무 부처의 '황당한 혼선'

유선희 기자 2022. 6. 2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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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주 52시간제 유연화' 발표 하루 만에 엇박자
윤 대통령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에 언론에 나와서 확인”
노동부, 발표 과정 해명하느라 진땀…노동계 “부끄러운 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제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노동부가 정책발표 전후 과정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노동부는 “최종안이 아니라는 의미”라면서 개혁의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고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전날 노동부가 발표한 ‘주 52시간제 개편’에 관한 기자 질문에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에 언론에 나와서 확인해봤다.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말 때문에 노동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섣부르게 정책 발표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의 오전 발언 직후 노동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어제 발표는) 추진계획이지 최종 공식입장이 아니다”라면서 “다음달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연구회에서 노사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확정된 정부의 공식입장을 내겠다는 의미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에도 사전에 보고된 건”이라면서도 전날 노동부 발표가 ‘확정안’이 아니었고 ‘방향’으로 제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다른 노동부 관계자도 대통령의 발언을 “최종안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해달라고 이해를 구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전날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개편안을 담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대국민 브리핑을 열었다.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하겠다는 구체적인 안도 제시했다. 노동부는 이 브리핑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양대 노총과도 공유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이날 오후 “최종안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해명하면서 대통령의 발언이 주 52시간제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추진 방향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 관계자도 “추진 방향 자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연구회 운영 등의 과정을 통해 세부 내용들을 마련하고 중간에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노동부는 전문가들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정책을 연구·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연구회는 다음달 출범해 10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노동계는 주 52시간제 유연화 방안에 반발하고 있다. 이날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것을 대통령이 공식이 아니라고 한 것인데 단순 해프닝이라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책 혼선이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비정규직 정책이나 플랫폼 노동권 보장 등 시급한 현안은 담기지 않고, 연구회를 통해 3~4개월 뒤에 구체적인 안이 나오는 것을 시급한 듯 정권 초기에 발표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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