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산업계 입김 더 키우는 정부
대학규제개혁·지역고등교육위
교육부 신설 위원회마다 참여
업계 참여 위원회들 이미 존재
“기업 민원 따라 정책 수립” 우려
정작 10년 단위 교육정책 다룰
국가교육위원회 논의는 ‘뒷전’
교육부가 신설 예정인 위원회마다 산업계 인사를 참여시킬 방침을 밝히면서 고등교육 정책에 업계의 입김이 과도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인재 공급”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이후 단기간에 충분한 검토 없이 대책이 쏟아지면서 자칫 위원회만 난립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23일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에 참석해 대학 규제 개선과 지방대학 지원에 관한 새 정부의 정책방향을 설명했다.
장 차관은 이날 대학 규제 완화에 관해 “대학규제개선위원회를 별도로 꾸려서 대학 관계자와 함께 산업계도 참여해 대학 규제 중 꼭 풀어야 될 부분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방대학 지원에 대해서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대학과 교육청, 지역 산업계 등이 함께 지방대학 육성과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는 거버넌스 기구인 가칭 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는)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만 의미가 있다”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이래 연일 반도체 산업 인력 양성 방안을 중심에 두고 각종 토론회와 간담회, 대책회의를 이어왔다.
첨단 인재 양성 특별팀도 꾸려져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작 오는 7월 출범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관련 논의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교위는 10년 단위 중장기적 교육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국가기구임에도 관련부처인 교육부는 아직 법적 근거도 마련되지 않은 대학규제개선위나 정확한 명칭조차 정해지지 않은 지역고등교육위를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현재 36개에 달하는 교육부 소관 위원회 중에는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위원회로 국가산학연협력위원회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총 25명의 위원 중 산업계 민간위원이 4명 참여하고 있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위원회도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위원회가 이미 설치돼 있는 데다, 여기도 산업계 위원 1명이 참여하고 있다.
대학규제개선위나 지역고등교육위 설치 자체는 당면한 필요에 따른 조치로 볼 수 있지만 굳이 산업계 참여를 강조하는 데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이미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산학협력과 지역대학 지원에 대한 대책을 추진해왔는데 그에 대한 공과를 검토하지도 않고 급조된 정책만 쏟아지고 있다”며 “교육철학은 없는 기업 중심의 정책들이 관련 기업의 민원성 요구에 따라 수립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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