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간다] "대본대로 세뇌" 드러난 영업비밀..'부동산 낚시' 대가는?

김정우, 손하늘 2022. 6. 2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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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손하늘 기자입니다.

김정우 기자입니다.

부동산 허위 매물을 통한 반칙 영업의 실태, 연속해서 보도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업자들이 고객을 속이는 방법, 바로 이 영업비밀 자료부터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도대체 얼마를 벌 수 있길래 이렇게 속이는 건지 '돈의 세계'도 파헤쳐봤습니다.

신축 건물의 건축주와 부동산 업자 간에 오가는 리베이트의 실체를 추적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부동산 앱에 올라온 그럴싸한 매물들.

하지만 막상 가면 약속한 매물은 볼 수 없다며 수도권 일대를 데리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취재팀이 각각 3시간씩 동행한 두 직원의 녹화본을 비교해보니, 놀랍도록 겹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여기, 여기 멈춰주세요. 번갈아서 재생해볼까요?"

먼저 높은 언덕 위에 있는 집처럼 선호도가 낮을 것 같은 집부터 보여줍니다.

[업자 A씨] "금방 올라오실 때 그 언덕, 여기는 좀 높고요."

[업자 B씨] "여기가 약간 이렇게 오르막길이잖아요."

목표 매물에 도착하면 대출이자 지원을 얘기하는 것도 똑같습니다.

[업자 A씨] "못해도 1천만 원 정도는 지원을‥"

[업자 B씨] "금액 같은 걸, 지원을 저희가 하는 거고요."

나란히 회사 법무팀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업자 A씨] "저희가 법무사도 다 있어요."

[업자 B씨] "다 법무팀이 껴 있어요."

짜인 대본이라도 있었던 걸까.

"저희가 한 부동산 컨설팅 업체의 내부 교육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총 10페이지 분량인데요. '세뇌', '과장'이라는 말이 눈에 띄네요."

당했던 수법들, 거짓말처럼 자료에 고스란히 적혀 있었습니다.

먼저 '미끼 광고는 확실히 풀어주라'고 돼 있습니다.

미끼, 즉 허위 매물임을 자신들도 인정한 건데, 거래가 안 된다는 점을 확실히 이해시키라는 겁니다.

[A씨/부동산 컨설팅업체 전직 직원] "이런 매물은 있을 수가 없다, 이건 불법적인 건물이니 절대 있을 수가 없다‥"

화를 내는 고객에겐 홍보팀 핑계를 대라고도 교육했습니다.

[A씨/부동산 컨설팅업체 전직 직원] "(고객이) 많이 화나 있으면 아예 실토하라고 하더라고요. 광고 담당자가 올린 것 같은데 죄송하다‥"

실제 팔아야 할 매물에 도착하면 '건축주와 아는 사이'라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하라고 돼 있습니다.

[A씨/부동산 컨설팅업체 전직 직원] "내가 시행사들을 잘 아니까, 시행사들이 짓는 빌라를 알려줄게 (이런 식으로)‥"

실제로, 취재팀이 들었던 말입니다.

[허위매물 부동산 업자] "저희 이사님이랑 건축주 분이랑 친분이 있으신 분이라서‥"

또 '유능한 법무사가 있으니 대출이 잘 나올 거라고 속이면서 법무사에게 전화하는 척하라'는 교육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부동산 컨설팅업체 팀장 (녹취)] "'우리 법무사 있으니까 너가 대출 나오는 거야' 이런 느낌으로 말을 해주면 얘가(고객이) 회까닥 돌아갖고 계약을 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실제 법무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A씨/부동산 컨설팅업체 전직 직원] "<법무팀이 있긴 있나요?> 회사 생긴 지도 지금 한 4~5년 밖에 안 됐는데 33년 경력 법무팀이 있을 수가 없죠."

그러면 누구한테 전화를 할까.

같은 업자들끼리 법무사가 되기도 하고, 경쟁하는 손님이 되기도 합니다.

[A씨/부동산 컨설팅업체 전직 직원] "팀장님이 저한테 전화를 해요 손님인 척. 지금 보러 가려는 그 집 말하면서 '그거 다른 사람 보여주시면 안 돼요' 일부러 스피커폰 하고‥"

이들 사이에서 고객에게 먼저 보여주는 언덕 높고 허름한 집은, 이른바 '밟고 가는 집'으로 불렸습니다.

[A씨/부동산 컨설팅업체 전직 직원] "속칭 '밟고 간다'고 하거든요. 안 좋은 집 하나 보여주면 이 집 그냥 그거 할까 이런 생각 섞어서 하기도 하고‥"

바로 뒤에 진짜 팔 집을 보여줘 고객을 현혹하라는 겁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팀장 (녹취)] "OO(허름한 빌라) 살짝 보여주고, △△(신축 빌라) 보여주면서 눈 돌아가게끔 만드는‥"

고객 유형을 분석해 공유하기도 합니다.

'욕심 많고 바보 같아서 이자 지원 바로 먹힘', '허위만 잘 풀어주면 계약할 것 같음' 같은 식입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팀장 (녹취)] "(이 고객은) 말하는 대로 다 듣거든요 진짜. 개꿀입니다."

거짓말 교육까지 해가며 목표한 매물을 팔려는 사람들, 대체 얼마를 벌 수 있기에 이렇게 하는 걸까요?

◀ 리포트 ▶

부동산 컨설팅업체 전직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업체들이 쓰는 전산망에 들어가 봤습니다.

취재진이 매물을 보고 처음 연락했던 서울 금천구 가산동.

이건 미끼였고, 들어가 보지도 못한 첫 집에 대한 정보는 당연히 없습니다.

다음에 갔던 집을 눌러봤더니 'R'이라는 글자와 숫자 '15'가 표시돼 있습니다.

그다음에 갔던 집은 'R 10'.

"여기는 10개네요."

무슨 암호라도 되는 걸까.

[A씨/부동산 컨설팅업체 전직 직원] "일명 '리베이트(보상금)'라고 하죠. 보통은 가장 많은 게 10개, 그러니까 현금으로 말하면 1천만 원 정도 되고. 2천 5백만 원, 많게는 4천만 원 짜리도 있는데‥"

업자들이 신축 빌라나 오피스텔을 팔아주면 건축주가 얼마까지 돈을 줄 수 있는지 표시해 놓았다는 겁니다.

즉 'R 15'는, 해당 매물을 팔아주면 업자에게 1천5백만 원을 준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당시 부동산 업자는 취재팀에게 이 매물을 파는 데 집중하지 않고 경기도 부천까지 데려갔습니다.

왜 그런지 전산망으로 확인해 보니 'R 30', 3천만 원입니다.

[A씨/부동산 컨설팅업체 전직 직원] "여기는 30개, R도 많고‥여기도 30개. 집이 잘 안 나가고 이런 데는 리베이트가 많아요."

취재팀을 마지막으로 데리고 갔던 인천 부평 매물도 R 옆의 숫자가 높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조회되진 않았습니다.

[A씨/부동산 컨설팅업체 전직 직원] "이게 분양이 다 되면 바로 내려가거든요."

이렇게 리베이트가 높은 집으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철저한 교육이 이뤄지는 겁니다.

[A씨/부동산 컨설팅업체 전직 직원] "팀장들이 '어디가 R이 많으니까 오늘은 이렇게 코스로 가봐라'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해주세요. <일부러 좀 안 좋은 집부터 시작해서 최종적으로는 R이 높은 곳으로?> 네, 네."

계약이 성사되면 회사와 7대 3 정도로 나눠 챙겼다고 직원들은 전했습니다.

[B씨/부동산 컨설팅업체 전직 직원] "회사에 반 가고요. 그 다음에 제 몫의 반에서 또 회사가 15% 가져가요. (리베이트가) 평균 1천만 원이어서, 그러면 제가 가져가는 건 한 320만 원‥"

서울 정반대편 도봉구로 검색해 봤습니다.

여기는 그리스 문자 '파이(Φ)' 기호 옆에 '12'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다른 빌라에는 뜬금없이 별 무늬가 그려져 있습니다.

모두 리베이트입니다.

"<몇 개인가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인가?> 일곱 개 같습니다."

아무런 표시가 없는 빌라도 있는데, 표시된 연락처에 전화해보니 역시나 입니다.

[신축 빌라 분양실장] "<여보세요, 실장님. 여기 리베이트가 몇 개예요?> 매매는 3억 9백으로 했을 때는 25개. 2억 9천 9백으로 했을 때는 12개요."

리베이트의 약자인 'R' 표시가 알려지자 온갖 방식의 암호를 쓰고 있는 겁니다.

리베이트 시장이 이렇게 커진 이유는 뭘까.

[권대중/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시행자 입장에서 볼 때 분양이 안 되면 분양업체를 끌어들여서 그렇게 해서라도 매매하거나 전세를 놓고 원금을 건지려고 하죠."

건축주가 일부러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뒤, 업자들에게 리베이트로 되돌려준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피해자는 집을 구하는 이들입니다.

[A씨/부동산 컨설팅업체 전직 직원] '집 팔아준다고 고마워서 용역비를 이 정도 주겠다' 얘기를 하는데 사실 그게 다 고스란히 집을 사려고 하는, 분양받으시려 하는 분들 주머니에서 다 나오는 돈이니까‥"

설령 허위매물로 유인한 게 걸리더라도 과태료는 최대 5백만 원, 받은 리베이트 일부를 떼면 그만입니다.

◀ 기자 ▶

리베이트를 뿌려서 매물을 팔고, 분양가도 높게 매길 수 있는 건축주와 집 없는 사람들을 속여 거액을 챙기려는 허위매물 업자들.

이들이 만든 거대한 시장이 가뜩이나 집 구하기 힘든 사회 초년생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바로간다 김정우,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 허원철, 김준형, 남현택 / 영상편집 : 조아라,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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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허원철, 김준형, 남현택 / 영상편집 : 조아라, 류다예

김정우, 손하늘 기자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81949_357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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