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외교 시험대 서는 윤 대통령..거리두기와 틈새 공략 사이

유정인 기자 입력 2022. 6. 24. 20:02 수정 2022. 6. 2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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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다시 외교 무대 최전선에 선다. 정상회담 참석이 반중·반러 흐름에 동참한다는 해석에는 선을 긋고, ‘포괄적 안보’라는 이름 아래 전통적인 군사·안보 분야에 갇히지 않고 협력을 모색한다는 전략을 내놨다. 군사동맹인 나토의 반중·반러 기조에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각종 양자회담 등을 통해 원전·방위산업 등의 이슈에서 국익을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출국 전부터 미국과 중국이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참석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 풀어야 할 함수는 더 까다로워졌다. 윤석열 정부의 나토 정상회의 전략이 구상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2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두고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정상들이 오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다양한 현안들, 또 수출과 관련된 문제라든지 이런 것도 필요하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재진이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한몸 불사르겠다는 자세로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준비하고 있다’(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언과 관련해 어떤 분야에서 국익을 실현할 것인지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8~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 정상으로서 참석한다. 한국 대통령의 나토 회의 참석은 처음으로 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도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으로 함께 한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앞서 대통령실이 밝힌 한국 정부의 나토 정상회의 활용 기조와 닿아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이번 회의 참석의 목적으로 크게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가치 연대 강화, 경제·인권 등 비군사적 측면을 포함한 포괄적 안보 기반 구축, 신흥안보 위협 대응책 모색 등 세 가지를 들었다. 한국의 참석 이유를 북핵 등 군사·안보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경제·신흥 기술 분야 협력으로 적극 넓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2일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상당 부분의 논의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쪽에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우리 나름의 여러가지 포괄 안보 현안을 챙기겠다는 것이고, 거기에 방산과 원전 (얘기도)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 간 논의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맞춰지더라도, 3일간 다양한 다자·양자 회담으로 원전 수출 등에서 성과를 보겠다는 취지다.

한국 정부가 다자 외교 무대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는 미·중 외교 전략이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정부 구상대로 북핵 문제 공조, 신흥안보 기반 구축, 방산·원전 수출 등을 이루더라도 한반도 주변 강대국이자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에 따라 실제 성패가 달라진다.

미국·유럽의 안보 동맹인 나토는 최근 반중·반러 목소리가 규합되는 장이 돼 왔다. 이번에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 4개국을 초청한 데도 미국이 중국·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담겼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 정상의 참석 자체가 중국을 자극하는 이슈로 여겨진다. 대통령실은 “반중·반러 정책 선회와는 전혀 무관” “한국 참석 세션에선 (중국 등을 다루는) 공식 문서나 성명이 작성되지 않는다”며 거듭 선을 긋고 있다. 파트너국 지위를 강조하면서 나토에서 논의될 반중·반러 메시지에 미리부터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거리두기가 성공할지를 두고 전망은 흐리다. 당장 윤 대통령 출국 전부터 미·중 간 신경전이 만만치 않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등 아·태 국가들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아·태 지역은 북대서양의 지리적 범주가 아니다”라며 “나토는 아·태 지역과 세계를 어지럽히지 말라”고 말했다. 반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국이 무슨 회의에 참여할지에 관한 거부권이 없다”며 “한국이 참여하는 데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7일 출국을 앞두고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국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순방 기간 총리가 중심이 돼서 각 부처와 함께 민생 및 각종 현안을 잘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고 대변인실이 밝혔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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