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 개편 "정부 공식 입장 아니다" 발언으로 혼란 키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전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주52시간제 개편 방침에 대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발표 전 대통령실에 알렸다”고 전했고, 여당은 “정부의 보고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당·정·대 간 혼선이 발생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발언은) 노동부의 발표가 최종안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전날 발표 내용은 보고를 받았다”며 수습에 나섰다. 국정 책임자인 대통령이 노동과 경제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두고 혼란을 키우는 발언을 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주52시간 개편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글쎄, 내가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 언론에 나와 확인해보니, 노동부에서 발표한 게 아니고 부총리가 노동부에다가 아마 민간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 좀 검토해보라’고 이야기해 본 사안”이라고 대답했다. 윤 대통령은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발언이 나온 비슷한 시각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노동부의 발표 전 당과 교감이 있었냐’는 질문에 “당·정 간에 협의를 했다. 보고를 받은 것은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이정식 장관과 권기섭 차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찾아 권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임이자 의원 등에게 주52시간제 개편안을 포함한 노동부 현안을 보고했다.
윤 대통령 발언이 나온 후 노동부에서는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노동부는 이내 “전날 (장관의) 발표는 추진 계획이지 최종 공식입장이 아니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음달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연구회에서 노사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확정된 정부의 공식입장을 내겠다는 의미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날) 발표 전 대통령실에 알렸다”면서 “(어제 발표할 때) 확정이 아니라 방향을 말했기 때문에 대통령 말씀과 어제 발표가 맥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적극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어제 노동부 발표가 최종안인 줄 알고 ‘내가 보고를 못받은 것 아닌가’ 생각한 건데, 어제 발표는 기본 방향에 대한 발표였고 그건 이미 6·16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논의됐던 내용이라 다 알고 계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는 “장관의 말이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대통령이 말했다기보다는 최종으로 결정된 안이 아니었다는 뜻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정부가 정책을 수립할 때 민심을 대변하는 여당의 의견을 듣고 그걸 반영해서 최종본을 만든다”면서 “최종본은 대통령에게 대면보고하지 못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바빠 보고 시간을 잡지 못할 수 있고, 근로시간 개편은 이미 국정과제에 나와 있는 것이라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수도 없이 많은 보고서가 올라오는데, 대면 보고를 받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이 장관의 공식 발표를 하루만에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해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가 혼란을 야기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매일 아침 현안 질문에 답하는 ‘도어스테핑’의 예견된 문제였다는 시각도 있다. 현안 파악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잘못된 답변을 했을 때 초래할 혼란상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는 주장이다.
조미덥·유선희·유정인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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