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훌리건은 '한끗'..작은 폭력도 크게 보라 [서재원의 축덕축톡]

서재원 기자 2022. 6. 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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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공을 두고 달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도시에 큰 소음이 발생해 여러 가지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14세기 영국의 왕 에드워드 2세는 축구 경기 금지령을 내렸다.

한 마을 또는 도시, 더 나아가 국가를 대표하는 두 팀이 겨루는 종목의 특성상 축구 경기에서 팬들 간 충돌은 흔히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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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동·폭력 일삼는 축구팬 훌리건
사소한 다툼이 난투극·인명피해로
600여 명 사상 '헤이젤 참사' 끔찍
K리그 폭행사건 해프닝 취급 안돼
구단 자체적 안전관리 매뉴얼 필요
5월 프랑크푸르트(독일)의 유로파리그 결승행이 확정되자 흥분한 팬들이 그라운드로 난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5월 에버턴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잔류 확정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팬들이 그라운드를 점령하고 있다. 에버턴 블루아미 트위터 캡처
[서울경제]

“큰 공을 두고 달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도시에 큰 소음이 발생해 여러 가지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14세기 영국의 왕 에드워드 2세는 축구 경기 금지령을 내렸다. 축구 경기를 둘러싼 마을 간의 신경전이 사회적 혼란이나 폭동으로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는 오래전부터 축구 경기에서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났음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한 마을 또는 도시, 더 나아가 국가를 대표하는 두 팀이 겨루는 종목의 특성상 축구 경기에서 팬들 간 충돌은 흔히 일어났다. 응원전에서 시작되는 신경전은 때때로 폭력 사태로 번지기도 했는데 이는 19세기 말 영국 사회의 큰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축구장 안팎에서 난동과 폭력을 일삼는 과격한 팬을 뜻하는 ‘훌리건(hooligan)’이라는 단어도 이 시기에 탄생했다. 정확한 어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19세기 말 런던의 불량배 패트릭 훌리건의 성에서 따왔다는 게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유래다.

사실 축구 팬과 훌리건은 한 끗 차이다. 팬이 훌리건으로 돌변하는 건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훌리건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부분 사건은 작은 싸움에서 비롯됐다. 1885년 영국 프레스턴 노스 엔드와 애스턴 빌라의 친선 경기 후 발생한 충돌도 마찬가지다. 응원전에서 시작된 싸움은 주먹질과 몽둥이질, 심지어 서로에게 돌까지 던지는 패싸움으로 번졌고 프레스턴의 한 선수는 구타를 당한 후 의식을 잃었다고 기록돼 있다.

그로부터 100년 뒤인 1985년 5월 29일. 역사상 최악의 훌리건 사건으로 알려진 ‘헤이젤 참사’도 응원전이 불씨가 됐다. 벨기에 브뤼셀의 헤이젤 경기장에서 열린 유벤투스(이탈리아)와 리버풀(잉글랜드)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러피언컵(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펜스를 두고 양 팀 팬들 사이에 조롱과 욕설이 오갔다. 흥분한 리버풀 팬들이 펜스를 넘어 달려들었고 유벤투스 팬들과의 난투극이 벌어졌다. 유벤투스 팬은 물론 겁에 질린 수많은 일반 관객이 도망치기 위해 출입구로 몰렸다.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낡은 콘크리트 벽이 무너지는 사고로 이어지면서 39명의 사망자와 6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례들은 우리에게 작은 불씨도 다시 보게 한다. 19일 발생한 프로축구 K리그1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 폭력 사건이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경기 전 경기장 북측 출입구 부근에서 수원 서포터스 내 소모임 소속 고등학생 팬이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중학생 팬을 들어 올려 바닥에 내리 꽂는 폭행을 범했다. 직접적인 가해자 외에도 수십 명의 수원 팬이 피해자를 위협했다. 만약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이나 어린 팬의 지나친 열정, 잘못된 팬심 정도로만 치부하고 넘긴다면 미래에 혹시 있을지 모를 대형 사고를 사전에 막지 못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훌리건의 역사도 이웃 마을 간 축구 경기에서의 작은 싸움이 출발점이었다. 박성희 한국외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팬과 훌리건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열성 팬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훌리건이 된다”며 “팬들 간 충돌은 이닝마다 브레이크가 있는 야구보다는 몰입도가 더 높은 축구에서 주로 일어난다. 종목에 대한 기본적인 특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구단 자체적인 안전 관리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재원 기자 jwse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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