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인플레이션에 금리 오르자.. 막오른 '세계 환율 대전'

민서연 기자 입력 2022. 6. 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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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엄습하자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자본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앞다퉈 금리인상에 나서는 ‘환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8년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는 등 공격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나타난 달러 초강세 현상에 각국 중앙은행의 고민이 더 깊어진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23일(현지 시각) ‘강(强)달러가 세계적 환율 전쟁(Global Currency Wars)을 일으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0여년간 자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와 이를 통한 경제 성장을 목표로 통화 약세를 유도하던 각국이, 이제는 자본의 유출을 막기 위해 통화 강세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원 환율이 전날 대비 0.5원(-0.04%) 내린 1301.3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 유럽·남미·아시아… 세계 곳곳 금리인상 ‘쓰나미’

블룸버그는 지난 주 15년만에 전격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한 스위스 중앙은행의 예를 들었다. 지난 15일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자, 다음날인 16일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과 스위스 중앙은행이 곧바로 금리를 인상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의 경우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해 마이너스 0.25%까지 끌어올렸는데, 이는 지난 2007년 이래 첫 금리 인상이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영란은행도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기준금리를 1.25%로 올렸다. 올해 들어서만 5번째 금리 인상이지만, 영란은행은 앞으로도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고 시사했다.

골드만삭스의 마이클 가힐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이처럼 통화 강세를 공격적으로 겨냥했던 때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통화 가치가 더 불안한 신흥국들도 금리 인상 대열에 앞다퉈 합류하고 있다.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의 중앙은행은 23일 기준금리를 7.75%로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부터만 기준금리를 총 3.75%포인트 높였으며, 자이언트 스텝은 멕시코 사상 최초지만 멕시코 중앙은행은 추가적인 인상도 예고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6일 연 60%가 넘는 물가 폭등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49%에서 52%로 한 번에 3%포인트 올렸다. 세계적으로도 짐바브웨(80%)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아 추가 인상 전망이 나온다.

브라질 역시 지난 15일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올려 13.25%에 이르렀다. 지난해 3월만 하더라도 2.0%였던 기준금리는 11차례 연속 인상으로 11%포인트 넘게 올랐지만, 역시 추가 인상이 유력하다.

아시아에서도 인도가 지난 8일 기준금리를 4.4%에서 4.9%로 0.5%포인트 올렸다. 지난달 3년 9개월 만에 0.4%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한 달 만에 다시 금리를 올린 것이다. 블룸버그는 올해 말까지 최소 4차례 연속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스리랑카에 이어 경제 위기에 직면한 파키스탄은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12.25%에서 13.75%로 1.5%포인트 올렸는데, 지난 4월 이미 2.5%포인트 인상한 것을 고려하면 2달 사이 4.0%포인트나 오른 셈이다.

블룸버그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금리 인상 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편인데,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회복에 더 무게중심을 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국 통화 가치를 달러에 고정한 달러 페그제 국가들은 선택의 여지조차 없이 금리가 오르고 있다. 중동 산유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 다수 회원국과 홍콩의 기준 금리는 이번달 연준의 금리 인상과 함께 0.75%포인트 올랐다.

◇ ‘여기저기’서 ‘많이’…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금리 인상에 서두르는 것은 미국과의 금리 차이로 국제 자본이 자국에서 대거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하자 올 들어 달러 가치는 7% 급등했다.

미국 연준의 기준 금리보다 금리가 낮아지면 세계 제일의 안전 자산인 미국 달러화로 자본이 이탈하고, 자본이 이탈하면 통화가치가 낮아져 환율이 치솟게 된다. 가뜩이나 공급망 붕괴로 치솟는 물가 상승 압력 속에서 환율 때문에 수입물가까지 오르면 인플레이션은 더 심해지기 쉽다.

블룸버그는 지난 3개월여 간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는 60건을 웃돌았는데, 이는 2000년대초 이후 가장 잦은 것이라고 전했다. 인상 폭 역시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에 따라 0.50~0.75%포인트로 더 가팔라졌다.

미국 기준 금리에 따라잡힌 한국의 원화도 급락하는 추세다. 전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4.5원 오른 1302.8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발 긴축으로 최대 1350원대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종가 기준 환율이 1300원에 도달한 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후유증이 이어지던 2009년 7월13일의 1315.0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에 한국은행 역시 미국과의 금리 역전 우려 속에 올해 남은 네 차례(7·8·10·1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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