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방하겠다'던 홍준표..중앙무대서 존재감 적극 과시

박준우 기자 2022. 6. 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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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앙정치에서 물러나 하방하겠다던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대구시장 당선 이후 여러 정치 현안과 당내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여전히 차기 대선 도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홍준표/당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3월 31일) : 제가 중앙정치에서 비켜나 주는 것이 선의의 경쟁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그런 모습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옛날 영남의 선비들은 괘방령을 넘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올라갔고 추풍령을 넘어 낙향했다고 합니다. 저도 이번에는 추풍령을 넘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대선 경선 패배 이후 하방을 택했던 분이죠. 지난 지방선거에서 고향인 대구에 출마해 당선된 홍준표 당선인입니다. 분명 중앙 정치에 손을 떼고 대구 재건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는데요.

[홍준표/대구시장 당선인 (유튜브 'MBC 100분토론' / 지난 21일) : 내가 중앙정치에 관여 안 하겠다. 대구가 몰락을 했으니까 대구 재건하는 데, 사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 중앙정치에 관여 안 하겠다. 그렇게 한 바람에 내가 한마디도 지금 안 하고 있어요.]

홍 당선인, SNS에 남긴 글은 직접 발언한 게 아니라 한 마디로 치지 않았나 봅니다. 당선 이후 지난 2일부터 오늘(24일)까지 홍 당선인이 페이스북에 쓴 글, 총 18개입니다. 그 중 대구시장 당선 소감을 비롯해 대구 시정과 관련해 쓴 글은 4개고요. 나머지 대부분은 중앙 정치 현안과 관련된 글입니다. 비교적 뉴스를 꼬박 꼬박 챙겨 보고 있는 듯한데요.

[홍준표/대구시장 당선인 (유튜브 'MBC 100분토론' / 지난 21일) : 근데 내가 요즘 뉴스를 잘 안 봐요. 짜증이 나서.]

굵직한 이슈 중에 놓치는 주제는 거의 없습니다. 경찰국 신설, 산업부 블랙리스트, 전임 정부 인사들의 사퇴 문제 그리고 누리호 발사 성공에 이르기까지 두루 두루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데요. 그 중 몇 가지만 살펴보면요. 어제는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고 있는 경찰의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홍준표/국민의힘 대구시장 당선인 (어제, 페이스북 / 음성대역) : 검찰의 독립이 예산이나 인사의 독립이 아니고 수사의 독립이 듯이 경찰의 독립도 예산이나 인사의 독립이 아닌 수사의 독립에 한정되어야 하는데 왜 유독 경찰만 강대해진 권한만 누리고 예산·인사의 민주적 통제는 받지 않으려고 하는가?]

그간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비교적 경찰 편을 들어온 홍 의원이지만요. 이번엔 경찰의 욕심이 과하다고 본 것 같은데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통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임기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죠. "코드인사로 임명된 정무직이 남은 임기를 내세워 버티겠다는 건 후안무치하다"고 쏘아 붙인 겁니다. 다만 현 정부에 이들을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사건처럼 정리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조언까지 남겼죠.

이제 곧 대구시장 취임을 앞두고 있는 홍 당선인, 이렇게까지 중앙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뭘까요?

[홍준표/국민의힘 의원 (지난해 11월 8일) : 내일부터는 제 기사는 언론에선 좀 안 나오도록 해주십시오. 좀 이제 편하게 살렵니다. 내가 203040 '청년의꿈'이라는 플랫폼 만들어서 하루 종일 거기서 놀겠습니다.]

'청년의 꿈'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정작 본인은 다시 '청운의 꿈'을 키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차기 대선에 재도전 하면 될 수도 있겠다는 '한여름밤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당내 영향력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죠. 최근 국회 상황과 관련해선 방송에서 직접 촌평을 내놨는데요.

[홍준표/대구시장 당선인 (유튜브 'MBC 100분토론' / 지난 21일) : 요즘 우리 당에서 하는 거 보니까 저 애들 장난도 아니고. 내가 보니까 참. 어이가 없어가지고. 아니, 여당이 되었으면 전부 힘을 합쳐서 야당을 설득을 해가지고 지금 밤낮 주야로 야당을 설득을 해가지고 이거 국회 개원을 할 생각을 해야 돼요. 배짱부려서는 안 돼요. 양보할 거 있으면 양보하고 개원을 해야 돼요.]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늦어지고 있는 점을 두고 국민의힘에 쓴소리를 한 겁니다. 국민의힘 내부 상황 역시 그다지 탐탁지 않았나 봅니다.

홍 당선인, 공개석상에서 연일 충돌한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을 향해서도 작심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홍준표/대구시장 당선인 (유튜브 'MBC 100분토론' / 지난 21일) : 자기들끼리 애들 장난도 아니고, 최고위원회 열면 자기들끼리 티격태격 싸워갖고 내가 보니까 저거 애들도 아니고. 어떻게 당 운영을 저리 하냐. 그래서 나는 요즘 기가 막혀서 내가 말이 안 나와요.]

지도부 갈등 문제는 한 마디로 끝내선 안 되겠다 싶었나 봅니다. 페이스북에도 글을 남겼는데요. "당대표와 최고위원은 견제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라고 다시 한 번 충고했죠. 이번 갈등은 이 대표의 미숙한 지도력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요. 특히 배 최고위원에게 좀 더 엄격했습니다. "그런 이견은 비공개회의에서는 가능하지만 공개회의에서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일갈한 겁니다. 배 최고위원, 홍준표 키즈로 통하죠. 그만큼 애정어린 조언을 던진 것 같습니다.

어제는 이 대표가 배 최고위원의 악수를 거절하는 장면도 화제가 됐었죠.

홍 당선인은 이 장면도 눈꼴사나웠나 봅니다. 청년의꿈에 딱 한 마디 남겼습니다.

물론 홍 당선인도 당 대표 시절 최고위원들과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었던 건 '안 비밀'입니다.

[원희룡/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 (2011년 12월 7일) : 10분 전까지 상황은 홍준표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더한 말도 하고 싶지만 제가 홍준표 체제와 박근혜 대세론으로는 안 됩니다. 그걸 이제야 깨닫습니까?]

홍 당선인, 자신의 몸집에 맞는 정치인들을 찾아 '도장 깨기'에도 나섰습니다. 첫번째 타깃은 야권의 유력한 차기 주자인 이재명 의원인데요.

[강기정/광주시장 당선인 (유튜브 'MBC 100분토론' / 지난 21일) : 참패 두 번 연이어 하니까 대선 참패, 지방 선거 참패하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습니다. (5년 전에 우리가 그랬어요.)]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 홍 당선인과 토론회에서 자당인 민주당에 대한 한탄을 늘어놨죠. 선거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강 당선인의 말에 홍 당선인이 한 사람을 지목했는데요.

[강기정/광주시장 당선인 (유튜브 'MBC 100분토론' / 지난 21일) : 이 두 번에 걸친 진짜 참패가 왜 있었는지. 근데 평가가 안되고 있어요 자꾸.]

[홍준표/대구시장 당선인 (유튜브 'MBC 100분토론' / 지난 21일) : 제가 딱 보니까 시장님 제가 보니까 저 사람 때문이야. (누구요 누구.) 저 마이크 들고 있는 사람. 저 사람이 후보로 나왔기 때문에 우리가 0.73%라도 이긴 거야. 그리고 저 사람이 계양에 나왔기 때문에 우리가 지방선거 또 이긴 거야. 이 저 사람 때문이야.]

결국 이재명 의원 때문에 민주당이 졌다는 소리인데요. 이 의원으로서는 얼떨결에 의문의 1패를 당한 셈입니다.

차기 대선 주자는 아니지만요. 홍 당선인, 지난 16일에는 돌아온 정치 9단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저격하기도 했습니다. '국정원 X파일'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점을 꼬집은 건데요. 가벼운 처신이었다면서 "아직도 관종정치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이젠 고쳐야 한다"고 질타했습니다. 물론 "'정치를 아는 그 분'을 존중한다"는 전제를 달긴 했는데요. 별 소용은 없던 듯합니다. 박 전 원장도 가만히 듣고만 있을 분은 아니기 때문이죠.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KBS '주진우 라이브' / 지난 17일) : 그냥 대구 시장이나 잘하라고 그러세요. 윤석열 대통령한테 한방 맞고, 대구 시장으로 자기 내려간다고 갔지 않습니까. 그러면 대구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지, 뭐 중앙 정치에 얘기할 필요가 뭐 있어요. 사실 관종정치는 홍준표 당선인이 최곱니다. 그냥 그대로 두세요.]

자, 줌 인이 선정한 오늘의 인물 홍준표 당선인이었는데요. 다시 대구의 영광을 가져오겠다던 홍 당선인, 5년 뒤 개인의 영광을 내다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홍 당선인의 말로 대신합니다.

[홍준표/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TV홍카콜라' / 4월 16일) : 대구시장에 만약 홍준표가 앉아있으면 대통령이 함부로 할 수 있겠습니까? 국회가 맘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행정부 장관들이 전횡을 할 수 있겠습니까? 대구 시장이 되면 중앙에서 함부로 하지 못할 그런 존재로 대구시를 한번 재건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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