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품목' 대접은 옛말..제주 ○○옥수수의 '눈물'

심재웅 2022. 6. 2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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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신소득작물로 육성돼 제주 지역 농가들의 초여름 소득원으로 자리잡은 초당옥수수 판매가 생산 과잉과 소비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산지 농협 관계자들은 최근 초당옥수수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난 반면 소비가 따라주지 않으면서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초당옥수수는 저장 기간이 짧아 적기에 출하하지 못하면 판매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어 농가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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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과잉·소비부진으로 농가들 위기 봉착
농가들 “적정 재배면적 공감대 형성 필요”

김성민 하귀농협 경제사업장 팀장이 저온저장고 공간이 부족해 야적된 초당옥수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최근 몇년간 신소득작물로 육성돼 제주 지역 농가들의 초여름 소득원으로 자리잡은 초당옥수수 판매가 생산 과잉과 소비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니단호박과 함께 효자 품목으로 정착하는 듯했으나 얼마 못 가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도내 초당옥수수 재배면적은 396㏊(119만7900평)다. 지난해 재배면적(286㏊)보다 40% 가까이 증가했으며, 재배 초창기인 2018년(63㏊)에 비해선 6배 넘게 늘었다.

산지 농협 관계자들은 최근 초당옥수수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난 반면 소비가 따라주지 않으면서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초당옥수수는 저장 기간이 짧아 적기에 출하하지 못하면 판매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어 농가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김성민 하귀농협 경제사업장 팀장은 “우리 지역만 해도 생산 면적이 지난해에 비해 2배나 늘었다”며 “소비에는 한계가 있는데 생산량은 크게 늘어 저장고에 재고 물량이 쌓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100만개를 출하했는데, 남은 물량도 50만개가 넘는다”며 한숨지었다.

제주 하귀농협 경제사업장 저온저장고에 쌓인 초당옥수수. 생산 과잉과 소비 부진으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근 애월농협의 김태언 경제상무도 “기존에는 농가가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이 물량까지 농협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초당옥수수는 수확 후 최대 10일 이내에 섭취해야 제 맛을 낼 수 있는데, 물량이 쌓이다보니 품질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성국 한림농협 팀장은 “입고된 옥수수가 마르지 않도록 물을 뿌리는 등 저장 기간을 조금이라도 늘려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뿐 아니라 경남 밀양과 전남 여수·해남 등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초당옥수수 재배면적이 늘고 제주 지역과 수확 시기도 겹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김성민 팀장은 “기존에는 제주 지역 출하가 마무리된 후 육지부 물량이 나왔는데, 최근 육지부도 시설하우스에서 가온 재배를 하는 등 출하 시기를 앞당기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설명했다.

농가들도 생산과잉을 인식하고 있지만 딱히 대체할만한 작물이 없다는 게 문제다. 애월읍 수산리에서 3967㎡(1200평) 규모로 초당옥수수를 재배하는 부병수씨(46)는 “이 시기 보리·고추 등을 재배할 수는 있지만 소득을 기대하기 어려워 그나마 가격이 괜찮은 초당옥수수를 심는 것”이라며 “이제 초당옥수수마저 적자를 보게 되면 내년에는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산지 관계자들은 과잉 생산 고착화를 막기 위해 농정 당국이 적정 재배면적을 산출하고 소비 촉진 방안을 마련하는 등 지속가능한 재배 기반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성국 팀장은 “적정 재배면적에 대한 행정과 생산자 사이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면서 “이밖에 저장 기간을 늘리거나 원물을 가공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정 당국은 상황을 인식하고 있지만, 당장 뾰족한 해결 방법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이정실 도 농축산식품국 식품원예과 농산특작팀 주무관은 “갑작스러운 재배면적 증가에 대해 미리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이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면 대응책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심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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