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부처 엇박자..혼선 인가? 해프닝 인가?

김남균 기자 입력 2022. 6. 24. 18:27 수정 2022. 6. 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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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제왕적 모습' 탈피 원하는데
부처들 과거 업무 스타일 그대로
책임장관 등 권한 분산 추진 불구
대통령 지시 기다리다 혼선 자초
"과도기 후 통치방식 긍정 변화 전망"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경찰청 치안감 보직 인사가 21일 발표 2시간 만에 번복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국기 문란”이라고 질타했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책임 소재를 놓고 연이틀 진실 공방을 벌이기까지 했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있을 때는 대통령 결재 전이라도 발표를 했다는 ‘관행’이 민정수석실 폐지 후 ‘국정 혼선’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조직 개편에 따른 과도기적 혼선이다.

24일에는 주 52시간제 개편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고용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다. 윤 대통령은 “내가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 언론에 나왔다”고도 했다. 해석에 따라서는 대통령 보고도 없이 부처가 주요 정책을 발표한 것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물론 실상은 달랐다. 고용부는 “윤 대통령의 말이 맞다. 23일 브리핑 자료에도 적혀 있듯이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얘기한 것은 노동 개혁 추진 ‘방향’과 개혁의 ‘주요 포인트’다. 정부의 최종안은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연구회를 꾸려 4개월간 의견 수렴과 정책 대안 마련 작업 등을 거쳐 확정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즉문즉답 과정에서 일부 표현의 해석 차이가 있었을 뿐이라는 얘기다.

실제 이 장관은 전날 노동 개혁 추진 방향을 브리핑하며 “7월 중으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구성해 10월까지 4개월 동안 운영하면서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정책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회에서 실태 조사와 심층 면접, 국민 의견 수렴 등 우리 노동시장의 객관적인 상황과 실태에 기반을 둔 구체적인 입법 과제와 정책 과제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교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중심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틀 연속 인사와 정책을 두고 대통령실과 부처 사이에 미묘한 혼선이 발생한 데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정권 초의 과도기적 현상이라면 금세 안정을 찾겠지만 제왕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대통령제가 여전히 관성처럼 자리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정부 부처가 여전히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지시를 기다리는 행태가 반복되는 탓이다.

우선 치안감 인사 논란만 놓고 보면 경찰이 대통령 재가 없이 먼저 인선을 발표하던 관행에 기댄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이 희한하게 대통령 결재 나기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공지해 이 사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달 24일 치안정감 승진 인사도 발표 하루 전에 뒤집힌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김창룡 경찰청장은 행안부로부터 ‘최종안’이라며 5명의 승진자 명단을 공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발표 당일인 25일에는 기존 승진 대상자 중 1명이 김 청장에게 공유된 안과 다르게 전달됐다. 치안정감 인사 당시에도 대통령 재가 없이 경찰청이 먼저 발표한 뒤 사후에 대통령 재가를 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즉 새 정부 들어 행안부 장관이 법에 따라 적극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고 전 정부에서 임명된 경찰청장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엇박자가 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권 초다 보니 업무 행태의 관성도 작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책임총리제·책임장관제 등을 강조하면서 권한의 분산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왕적 대통령제의 관성이 일부 남으면서 혼선을 야기한다는 얘기다. 실제 고용부는 이날 윤 대통령의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는 발언이 나오자마자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보냈다. 고용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의 발언을 소관 부처가 반박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말을 아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한다.

문제는 관성의 고착이다. 변화를 꾀하는 대통령과 관성에 익숙한 부처의 엇박자가 이어질 경우 정권은 무능의 낙인을 받을 수도 있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참모들이 준비한 내용보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 때마다 한 걸음 더 나아간 표현을 하니 우리로서도 말을 조심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면서 “대통령의 새로운 시도가 안착되고 점차 혼선도 줄이면 통치 방식의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오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되레 손가락질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그는 “과도기가 지나고 관성도 바뀌면 긍정의 신호가 더 많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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