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 지휘자는 옛말..MZ 마에스트로 온다

박대의 2022. 6. 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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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사령탑 '지휘자'
노장 몫이라는 편견을 깨고
젊은 세대가 주목받기 시작
'정명훈 아들'로 유명한 정민
30대 나이로 강릉시향 맡아
창원시향 예술감독 된 김건
목포·광주도 40대 기수 선임
해외선 26세 지휘자도 탄생
세상 떠난 구세대 거장 공백
패기·실력 갖춘 신예들 부상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클래식 음악 연주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대상 중 하나가 지휘자다. 손에 지휘봉 하나를 들고 좁은 단상 위에서 연신 몸을 움직이며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모습에 사람들은 호기심부터 경이로움까지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그만큼 지휘자는 음악계에 오래 몸담으며 연륜을 쌓은 사람들이 잘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청중도 그것을 원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국내 관현악단들이 상임지휘자로 30대 지휘자를 등용하기 시작하더니 외국에서는 그 나이가 20대까지 낮아졌다. 지휘계에 급격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1월 강릉시립교향악단은 2년간 오케스트라를 이끌 새 상임지휘자로 정민(38)을 선임했다.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의 막내아들로도 친숙한 정민은 1984년 독일 자르브뤼켄에서 태어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 아버지의 활동 지역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다양한 나라 문화를 접하며 더블베이스, 바이올린, 피아노 등 여러 악기를 익힌 정민은 서울대에 진학해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독일 음악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독일 문학도 함께 공부했다. 2007년 부산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이후 일본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지휘자, 이탈리아 볼차노 하이든 오케스트라 수석 객원 지휘자 등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며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차세대 지휘자 중 한 명이다.

같은 시기 창원시립교향악단에는 새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김건(41)이 선임됐다. 전임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지난해 8월 한예종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1981년생인 김건이 메웠다.

바이올리니스트인 김건은 1991년 11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커티스음악원에 입학했다. 재학 중 오케스트라 악장을 맡았고 졸업 때 최고의 예술성을 인정받은 학생에게만 주어지는 '프리츠 크라이슬러' 상을 받았다. 하지만 지휘에 대한 열정을 놓지 못한 김건은 18세 때 하윅컬리지 서머 뮤직 페스티벌에서 지휘봉을 잡을 기회를 얻었고, 세계적 지휘자 로린 마젤에게 발탁돼 그를 도우며 지휘적 기반을 다졌다. 2016년부터 내셔널 심포니, 볼티모어 심포니, 내슈빌 심포니 등 미국 오케스트라 객원지휘에 나섰고 폴란드 킬체 필하모닉, 영국 브리튼·피어스 오케스트라, 캐나다 내셔널 아츠 센터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왔다. 가족과 함께 미국에서 살고 있는 김건은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창원에 사는 지인의 집에 머물며 지역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광주시립교향악단과 목포시립교향악단이 각각 상임지휘자로 선임한 홍석원(40)과 정헌(40)은 1982년생 동갑내기다. 홍석원은 서울대 작곡과에서 지휘를 전공하고 독일 베를린국립음대 지휘과 디플롬과정과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한국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티롤 주립오페라극장 수석카펠마이스터(음악 총괄)를 지내기도 했다. 정헌은 경북예고와 영남대 음대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그라츠국립음악예술대에서 관현악지휘를 전공했다. 유학 중 남서독일 필하모닉 콘스탄츠, 헝가리 사바리아 심포니 등을 지휘했다. 귀국 후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 공채에 참가해 최종 3인에 들어 5차례 객원지휘 기회를 얻으며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일찍이 젊은 지휘자를 앞세워온 해외 관현악단에서는 상임지휘자의 나이가 20대까지 내려갔다. 최근 네덜란드 명문 악단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는 핀란드 출신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6)를 상임지휘자로 내정했다. 부친을 따라 첼로를 전공한 메켈레는 12세에 핀란드 국립 오페라 합창단원으로 노래하며 지휘를 시작했다. 핀란드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첼로와 함께 지휘를 전공했고, 2017년 21세에 스웨덴 방송 교향악단에서 지휘자로 데뷔했다.

전문가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거장들의 빈자리를 채우는 과정에서 젊은 지휘자 등용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봤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2014년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로린 마젤이 타계한 데 이어 2016년 피에르 불레즈, 2019년 마리스 얀손스 등 구세대 거장 지휘자들이 속속 세상을 떠나면서 지휘계에 공백 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 세대교체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그들의 자리를 메꿔야 하는데 당시 중견급 지휘자 가운데에서는 대체할 만한 인재가 좀 적은 감이 있었고, 관현악단 사이에서 젊고 신선한 지휘자를 선정해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1980년대생 지휘자가 외국에서 공부하고 경력을 쌓고 귀국하는 것이 최근 3~4년 사이에 활발히 이뤄진 것 같다"며 "대중에게 신선한 활력과 자극을 준다는 측면에서는 젊은 지휘자들이 상당히 호응을 얻을 수 있어 부각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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