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예술가'의 우주, 함께 떠나볼래요..조각가 톰 삭스 개인전

이한나 2022. 6. 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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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판·폼보드·테이프·용접 활용
브리콜라주로 예술 공간 구성
모형 우주선에 달 박물관까지
아트선재·하이브인사이트 등
전시장 3곳서 작가 심상 엿봐
21일 현대미술가 톰 삭스가 `붐박스 회고전`이 열리는 서울 용산 하이브 인사이트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하이브 인사이트]
"5, 4, 3, 2, 1, 발사."

지난 21일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발사하기 약 3시간 전 서울 종로구 율곡로 아트선재센터에서 카운트다운이 먼저 시작됐다.

어른 키를 웃도는 모형 구조물 'Launch'(2010)에서 '피식' 소리와 함께 로켓이 발사되자 회색 연기가 자욱하다. 실황과 비슷한 영상이 흘렀지만, 로켓이 과연 제대로 발사됐는지 확인은 힘들었다. 엄청난 자본과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우주선을 합판과 폼보드, 용접 등으로 재현한 뉴욕의 조각가 톰 삭스(56)는 괴짜 과학자인 양 씩 웃어 보였다.

건축에서 출발해 기술공학과 디자인 걸작을 재창조하는 작가로 유명한 그는 대한민국이 우주 독립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워 우주의 기운을 모으던 그 순간 서울에 있었다. 그의 국내 첫 개인전이 아트선재는 물론 BTS의 성지 하이브 인사이트, 전속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 서울 등 3곳에서 나란히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적 DIY(Do It Yourself) 전통에 네오다다(일용품을 작품에 수용하는 예술)를 적극 흡수하는 브리콜라주(bricolage·활용 가능한 재료로 재조합) 기법으로 독자적 예술언어를 구축했다.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아우른 그의 작업에 덕지덕지 붙은 테이프 자국과 지문 등 수작업 흔적은 필수다.

아트선재 전시는 'Indoctrination(세뇌)'란 부제를 달아 달탐사 계획인 '스페이스 프로그램' 훈련장을 일종의 자연사박물관처럼 재구성했다. 2층에서는 타이벡으로 만든 우주복과 달 착륙 가설을 다루는 '특수효과(Special Effects)', 우주 탐사 도구로 구성된 '달 박물관'을 보여준다. 3층에서는 세뇌가 본격화되는 공간이다. 관람객은 작가 스튜디오의 행동강령에 대한 시험을 풀고 기준 점수를 넘기면 나사를 모양과 크기별로 분류하는 과업을 수행한다. 인터뷰까지 마치면 미 항공우주국(NASA) 신분증을 발급받는다. 실패해도 괜찮다. 미술관 지하에 마련된 재교육센터로 내려가 그의 홍보영상을 보고 와서 재도전하면 된다.

우주에 대한 인간의 열망에 대해 작가는 "우리가 다른 세계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가 지구를 망쳐버렸기 때문이 아니다. 지구에서의 자원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그가 추앙한다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TV부처'를 오마주한 신작 'TV요다'도 인상적이다. 가부좌 부처 대신 영화 '스타워즈'의 요다가 서 있다. 작가는 "백남준의 유토피아적 시각을 좋아한다"면서 "TV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이동하는 관문 같다. 나의 요다는 쇼핑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요다는 소비주의 사회의 생산품이자 아시아의 정신성을 상징한다.

그의 작업은 아버지가 탐하던 고급 카메라를 찰흙으로 빚어 선물했던 10세 꼬마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무리 비싸고 어려운 대상도 자기 맘대로 그럴싸하게 재현해 본인만의 '합판 공간(Plywood Space)'을 구축했다. "모든 것이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앤디 워홀의 상징 같은 '캠벨 수프' 로고나 '심슨' 캐릭터나 '피카추' 등을 작품 속에 마음껏 넣고 최상의 브랜드로 추앙하는 NASA도 별거 아니라는 식이다. 우주 장면을 촬영하기 위한 지구본에는 유명인 이름표도 테이프로 붙였다. 말레이시아에는 블랙코미디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커트 보니것, 멕시코에는 독일 미술 거장 안젤름 키퍼, 한국에는 미국 드라마 '매드맨'의 배우 조앤 홀러웨이, 필리핀에는 팝가수 비욘세를 붙여 국경의 의미 없음을 보여준다.

김장언 아트선재센터 관장은 "톰 삭스는 자본주의를 찬미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새로운 희극으로 각색하고, 산업화가 양산한 기계주의를 경외하면서도 조롱한다"고 설명했다.

하이브 인사이트에서는 작가의 '붐박스' 연작을 모아 회고전을 열고 있다. 작가는 "내게는 스피커나 성당이나 큰 차이가 없다"며 아프리카 자메이카 등지에서 중요한 문화 현상이 된 붐박스를 40년간 연작으로 발전시켰다. 분홍빛 거대한 붐박스 신작 'Big Pink'(2022)는 실제 카세트테이프로 BTS의 대표곡 '다이너마이트'를 틀어준다.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집합주거 프로젝트 '유니테 다비타시옹'에서 영감받아 만든 이 작품은 전체 전시작품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작가의 독자적인 대체불가토큰(NFT) 플랫폼으로 구현된 '로켓팩토리' 회화 연작을 전시한다. 작가는 25일 서울문화비축기지에서 로켓발사 행사도 열고 출국할 계획이다. 전시는 아트선재센터에서 8월 7일까지, 하이브 인사이트에서 9월 11일까지 열린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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