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불구 현금창출능력 3분기 앞당겨 증명..흑자로 향하는 '로켓'

홍성용,오수현 2022. 6. 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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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 개선 속도내는 쿠팡
이커머스 규모·점유율이 관건
20% 육박하는 쿠팡 現 점유율
6%P 끌어올릴 경우 흑자전환
핵심사업 상각전 영업익 첫 흑자
폭발적인 매출 성장도 호재로
일각 "내년 흑자" 낙관론 불구
엔데믹發 시장둔화에 '안갯속'
29일 김범석 타운홀미팅 개최
투자자 우려불식 발언에 주목

◆ 쿠팡 투자가치 논란 ◆

누적 조달 자금만 1조8600억원. 쿠팡이 지난해 3월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이후 미국 본사에서 한국으로 조달한 자금 액수다. 올해 1분기 4억달러(약 4797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며, 조달 횟수는 다섯 차례에 육박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2년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서 조달해 한국에 투자한 금액은 4억달러다. 한국 쿠팡 법인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미국 쿠팡INC가 한국 법인에 투자한 금액이다.

이 같은 쿠팡의 투자 규모는 올해 1분기 미국이 한국에 직접투자(FDI)를 신고한 전체 금액인 8억7000만달러의 절반(45%)에 육박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쿠팡은 미국 증시 상장 이후 꾸준히 자금을 한국에 조달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물류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해왔다"고 밝혔다.

쿠팡 상장 후 미국의 대한(對韓) 투자금액은 눈에 띄게 급증했다. 실제 쿠팡 상장 전인 2020년에는 9억1000만달러(약 1조897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 쿠팡이 미국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면서 이 수치는 12억달러(약 1조4320억원)까지 늘었다. 쿠팡은 2010년 미국 델라웨어주에 쿠팡LCC(현 쿠팡 Inc)를 세우고, 지난해 3월 뉴욕증시에 상장해 5조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서 조달한 금액은 고스란히 한국 물류시장 혁신에 쓰였다. 특히 로켓배송(새벽·익일배송) 전국화를 위해 인공지능(AI)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초대형 풀필먼트센터(물류 일괄처리)를 건립하는 데 막대한 투자가 계속됐다. 현재 쿠팡은 전국 13곳에 1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물류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미 전국 30여 개 지역에 100여 개 이상의 물류 인프라 구축에 이은 추가 투자다.

쿠팡이 달러를 국내로 들이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계속하기 위해선 단순 매출 확대를 넘어 이익을 내는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해야 쿠팡에 대한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투자가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쿠팡은 2010년 창사 이래 아직까지 흑자를 내지 못하며 누적 적자가 6조원에 이른다. 특히 매년 1만명 넘게 신규 채용을 지속하면서 5조원에 육박하는 인건비가 실적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쿠팡 측은 이를 두고 계획된 적자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올해 1분기 사상 처음으로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에서 287만달러(약 36억원) 흑자를 낸 것은 향후 수익성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류 인프라 확충에 대규모 자금을 집행한 결과 물류 자동화·최적화가 이뤄진 결과다. EBITDA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4분기로 예상했던 EBITDA 흑자를 1분기에 기록하게 돼 기쁘다"면서 "앞으로 쿠팡의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손실을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흑자 실현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 의장은 오는 29일 오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타운홀미팅을 열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수익성과 관련해 어떤 언급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형 물류센터 확장은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물량(CAPA)'과 직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적자를 감수하고 규모의 경제와 생태계 구축을 우선시하는 '아마존 전략'을 펼쳤는데, 이제 자연스럽게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데믹 분위기에서 한국의 이커머스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이지만, 한국 소매시장의 이커머스 침투율이 아직 절반에 못 미치는 37%라는 점에서 여전히 시장의 고도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절대적 시장점유율이 확보되면 바잉파워(구매력)가 강해지기 때문에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다"며 "2023년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가 233조원으로 성장하고 쿠팡의 시장점유율을 26.7%(현재 약 20%)로 가정하면 쿠팡이 이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180억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쿠팡의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이 2019년 8.5%에서 지난해 19.6%로 급성장한 추세를 고려한 전망이다. 다만 최근 2년 동안 전자상거래 시장이 코로나19 영향으로 급성장한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국내에서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본격 나설 3자물류(3PL) 사업이 쿠팡 수익성 개선의 히든카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3PL은 고객 기업에 배송·보관·유통가공 등 두 가지 이상 물류 기능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쿠팡은 지난해 초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통해 국토교통부에서 택배 사업자 자격을 취득했고, 관련 업무를 수행할 직원들도 채용했다. 쿠팡이 벤치마킹하는 아마존의 2020년 전체 거래금액(GMV)은 4900억달러(약 580조원)였는데, 이 중 판매자에게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BA)'의 GMV가 3000억달러(약 355조원)에 달했다. 적자를 3PL 사업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상장 후 하락세를 거듭하던 쿠팡 주가는 지난달 9달러대를 찍은 뒤 최근 12~13달러대를 유지하며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전 세계 증시가 맥을 못 추고 있지만 쿠팡 주가를 놓고선 낙관적인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씨티는 지난 19일 쿠팡 목표주가를 기존 15달러에서 17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홍성용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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