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얌체 행각'..러시아 핑계대며 파타고니아 '이빨고기' 싹쓸이 시동

박은하 기자 2022. 6. 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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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이빨고기/ 위키이미지

영국이 러시아 핑계를 대며 국제 어업협약을 깨고 파타고니아 이빨고기(메로) 추가 어획을 허용했다.

영국이 포클랜드 제도 동쪽에서 1600km 가량 떨어진 무인도 사우스조지아 섬 연안에서 자국 어선 네 척이 추가로 어획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줘 미국 어업당국이 반발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영국의 행동은 남극 심해 어종인 파타고니아 이빨고기 보존을 위한 국제협약을 깨트린 불법 행위라고 보고 있다.

남극 크릴새우, 파타고니아 이빨고기 등 남극 인근 해역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어획 한도는 1982년 설립된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에서 국가간 합의로 정한다. 남극은 특정 국가의 영토가 아닌 만큼 국제 공동규범으로 규율해 해양자원을 보존하자는 취지이다. 이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간 국제협력의 긍정적인 사례로 여겨져 왔다. 각국의 남획으로 씨가 마를 뻔했던 파타고니아 이빨고기는 CCAMLR 설립 이후 개체 수를 회복했다.

문제의 시작은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지난해 서방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CCAMLR 26개국이 합의한 어획한도를 거부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영국은 러시아의 합의 거부를 핑계 삼아 올 봄 자국 어선 네 척에 추가 어업허가를 내줬다. 러시아가 규정을 어겼으니 영국도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윌 맥칼럼 그린피스 해양팀장은 “러시아의 절차를 무시하는 행동이 다른 회원국들의 행동을 정당화해줄 수 없다”며 “영국이 국익을 위한다며 한 행동이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당국자들은 영국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자칫하면 40년 동안 유지돼 왔던 국제협약을 통한 해양자원 보호 시스템을 깨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을 벌였던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 긴장이 되살아날 우려도 있다고 봤다. CCAMLR 미국 대표단을 이끌었던 에반 블룸은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미 어업당국 관계자는 “미국이 사우스조지아산 파타고니아 이빨고기 수입을 금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칠레 농어로도 불리는 파타고니아 이빨고기는 전 세계에서 인기 있는 식재료이다. 한국어 이름은 비막치어이지만 ‘메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은 남극 해역에서 CCAMLR 한도를 초과하는 어획으로 2013년과 2019년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예비불법조업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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