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된 원시림도 탄소 흡수한다.."원시림 보존이 생물다양성 확보·탄소중립"

200년 넘게 ‘장수’한 나무들도 탄소를 흡수한다는 연구가 한국에서는 처음 나왔다. 연구는 원시림을 보존하는 게 생물다양성 확보와 탄소중립 기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24일 오후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2022년 응용생태공학회 학술발표대회’에서 ‘기후변화 장기생태 연구 결과 공유 및 발전 방안’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진행했다. 장기 생태 연구는 단기 관찰로는 알기 어려운 생태계 변화를 오랜 기간 관찰하고 분석해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목적의 연구다.
이재석 건국대 생명과학과 교수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강원 점봉산 신갈나무 숲을 분석했다. 점봉산 신갈나무 숲은 인위적인 교란이 적었던 자연림 중 하나다. 연구진은 해당 지역에서 큰 소나무가 있고, 신갈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점을 자연적 천이의 증거로 보고 이 지역을 연구 대상으로 정했다. 숲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먼저 소나무가 자라고, 자란 소나무 아래가 음지가 되면 소나무가 자라지 못하게 된다. 여기서 활엽수림이 자라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친 것이 점봉산 신갈나무 숲이라는 것이다. 현장연구자들은 이런 신갈나무 숲이 전체 점봉산 면적의 25~4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추측했다.
분석 결과 150~200년을 산 숲도 1㏊당 매년 1.15t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통상적으로 나무의 탄소 흡수량을 정할 때는 사람 가슴 높이 정도의 직경과, 나무의 전체 크기 등을 고려해 계산한다. 하지만 이 계산식은 곧게 자란 나무의 탄소 흡수량을 계산할 때 적용하기 용이하고, 자연 상태에서 다양한 형태를 가지는 나무의 탄소 흡수량을 정하기에는 오차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이런 오차를 바로잡기 위한 식을 만들어 탄소흡수량을 계산하고, 떨어진 나뭇잎 등을 미생물이 분해해 다시 배출하는 탄소의 양은 제외했다. 그런데도 탄소를 흡수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런 결과는 지난해 논란이 됐던 산림청의 ‘모두베기’식 산림 벌채에 신중해야 함을 시사한다. 산림청은 지난해 5월 흙이 드러날 정도의 ‘모두베기’ 산림 벌채 방식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산림청은 ‘30년이 지난 나무’는 탄소 저감 기능이 둔화된다는 점을 근거로 했다. 환경단체들은 “탄소중립을 빙자한 대규모 벌목 정책”이라며 산림의 기능은 탄소흡수원만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이재석 교수는 “모두베기는 차로 이야기하면 조수석이 낡았다가 차를 폐차하자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며 “숲은 자연재해를 조절하고, 토양을 형성해 생물이 잘 살게 하고, 대기 오염을 정화하는 등 탄소 흡수 이외에도 다양한 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연구 결과는 수령이 150년 이상인 노령 나무도 탄소를 상당량 흡수하기 때문에 원시림을 보존하는 것이 생물다양성 확보와 탄소중립 기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산림을 탄소 흡수량의 관점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의 절실한 과제”라며 “생물 다양성 위기로부터 코로나19가 발생하게 됐다. 자연과 공존하지 않으면 더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게 기후위기 상황인데 숲을 탄소 흡수량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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