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현역..일요일의 송해

이승연 2022. 6. 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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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대한민국 음악 프로그램 최장기 MC이자, 현역 최고령 MC로 진행인 방송인 송해가 기네스북에 등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그렇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송해는 지난 6월8일, 모든 국민의 슬픔 뒤로 고별 인사를 남겼다.

MBN ‘송해야 고향 가자’ (사진 MBN, 매경DB)

매주 일요일 낮, 우리집 풍경은 대부분 비슷하게 흘러갔다. 각자 바삐 일을 하던 어른들은 약속한 듯이 거실에 모였다. TV 화면에서 흘러 나오는 “딩동댕동! 전국~” 소리가 들린 지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혹여 그 소리를 놓쳐도 괜찮았다. 곧이어 ‘땡!’, ‘딩동댕!’ 소리가 마치 출근 전 모닝콜처럼 끊임없이 TV 앞으로 모이라 외쳤더랬다. 어른들의 소소한 재미는 TV 속에서 노래 솜씨를 뽐내는 일반인들의 합격 여부, 혹은 그날의 최우수상이 누구에게 돌아갈지 점치는 일이었다. 이때의 경험이 훗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요긴하게 쓰일거라고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그리고 프로그램의 ‘큰 웃음’ 담당은 적재적소에 배치된 진행자의 역할이었다. 열기 어린 분위기를 한차례 정리하고, 출연자들과는 옆집 할아버지처럼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출연자의 짓궂은 행동도 재치 있게 받아 친다. 지역별 특산품, 산해진미가 나올 때는 먹방을, 장르 불문 모든 반주를 해내는 ‘능력자’ 밴드와의 투닥거림도 잊지 않는다. 이 같은 풍경은 에디터의 기억의 한 장면이자,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의 기억일 것이다. KBS1에서 방영한 ‘전국노래자랑’과 ‘송해 할아버지’는 그만큼 시청자들의 어느 순간마다 큰 기억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다. 1988년부터 34년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해오며 ‘일요일의 남자’로 불린 국민 MC, 송해는 그 자리를 오랜 기간 지켜왔다.

▶전 국민 프로그램의 원조격 ‘전국노래자랑’과 ‘MC 송해’

사람 여행을 떠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나,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등 현재 인기를 끄는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은 ‘전국노래자랑’이 원조격이다. 일반인들이 자신의 끼와 삶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송해가 30년 넘게 전국 곳곳을 다닌 MC이자, 만인의 친구로서 이들과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를 형성하면서 가능했다. “역시 텔레비전은 앞으로 시청자가 참여하는 것으로 가까워지고, 참가자 입장에서 열심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거 같아요.”(-KBS 송해 인터뷰 中) 그래서일까.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전국노래자랑’을 보고 자라진 않았지만, 방송 일반인 명장면 짤은 끊임없이 회자되며 ‘전설의 PC방’, ‘고음여신’, ‘연어 장인’ 등 숨은 가창력 고수들 영상부터, ‘할담비’, ‘할미넴’ 등의 열정적인 출연자들은 엄청난 화제성으로 이어졌다. 덧붙여보자면 현역 가수 중에도 상당수가 ‘전국노래자랑’과 송해를 거쳐갔고, 가수를 꿈꾸게 된 데 큰 원동력이 됐음을 부정할 수 없다.

유튜브, OTT 등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TV가 외면당해도 어른들에게 일요일의 ‘전국노래자랑’은 마치 스트리밍 채널처럼 자연스럽게 보고 듣는 채널로써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접하며 프로그램은 2020년에 현장 녹화가 중단되었다. 일요일의 풍경도 어느덧 사라져가는 것 같았지만, 송해는 계속해서 다양한 방송 출연과 스페셜 방송을 통해 인생의 어른으로서 위로가 되는 메시지를 전했고, 기대는 법을 잊어버린 어른들에게 기댈 수 있는 고목처럼 자리해왔다. 이는 그만큼 한 자리를 지켜온 송해의 선한 영향력일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떠난 자리도 아름답다. 송해는 ‘전국노래자랑’ 은퇴 소식이 나올 때, 마지막 방송을 준비하기에 앞서 양복을 새로 준비했다고 전해진다. 비록 그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지난 5월 송해의 마지막 방송이 된 ‘전국노래자랑’ 클로징 멘트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깊숙이 남았다. “요새 철도 좋고, 여러분들 오랫동안 시달리고 다녔습니다. 화창한 계절이 왔습니다. 여러분들, 활짝 열린 세상에 나오셔서 금수강산의 맛을 실컷 보시길 바랍니다. 저희들은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쇼.”(-22년 5월15일 ‘전국노래자랑’ 충남 당진시 스페셜 방송中)

[글 이승연 기자 사진 매경DB,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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