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심포지엄] 미중경쟁속 한국외교는.."균형 찾아야"·"가치외교로"(종합)
연합뉴스 2022 한반도 심포지엄서 발표..정성춘 "공급망 중복성 구축해야"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오수진 기자 = 연합뉴스와 통일부가 24일 공동주최한 2022 한반도평화심포지엄에서는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두고 전직 고위 외교관들이 다양한 제언을 내놓았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태풍의 핵 동북아…한국의 선택은' 주제로 열린 2세션 발표에서 "한미동맹의 공조 수위를 어느 정도로 올릴 것인지, 이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작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러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외교 밸런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 전 대사는 "한미 공조를 강화할 경우에 북한이 더 도발적으로 변할 것은 분명하다"면서 "이는 새 정부로 하여금 강한 대북 정책이 옳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상호 확증편향으로 강대 강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최근 한미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을 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도 "정작 중요한 것은 내실 있는 협의"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미일 공조 수위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중, 한러 관계는 더 경색될 것이고 그 여파로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협조적 자세를 취할 개연성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 전 대사는 새 정부가 한국이 나아갈 좌표와 방향을 정확하게 찍어야 한다며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좌표를 선택해 미·중·러를 상대로 일관성, 지속가능성, 예측 가능성 있는 정책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외교 전략의 균형점을 찾자는 것은 사안별 입장을 정하자는게 아니라 외교의 '정향'을 정하고 사안별 대처를 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주미대사를 지낸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도 발제에 나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등 한미동맹이 추구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한 '가치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총장은 "지금 전 세계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대단히 엄중한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그 위기의 근원은 국가 간 '힘의 대립'을 넘어선, 그 나라의 기초를 이루는 '가치체계의 대립'이라는 측면"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 위기에 대한 해법은 '전략적 모호성'이 아닌 '전략적 명확성'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안 총장은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이런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모호하게 (대처)하려고 했고, 이슈에 따라 우리나라에 무엇이 제일 유리한지를 따라가는 단기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며 "그것이 오히려 해결책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때일수록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준 그런 가치를 지키는 것이 외교·안보정책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전략적 명확성"이라고 말했다.
안 총장은 사회를 맡은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이 '가치와 국익의 문제가 충돌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고 묻자 "이슈마다 해결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에 동감했다.
그러면서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에 대한 신뢰를 확실히 하는 것이 첫 번째 스텝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중이 갈등하는 최전선인 공급망 문제와 관련, "국가적 상호의존도가 굉장히 높기에 공급망을 무기화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그리 쉽지 않다"면서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려 해도 첨단기술 분야에 한정될 것이고 통상적 경제교류는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공급망의 중복성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단기적으로는 우리 일부 기업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제경쟁이 격화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에 도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부원장은 최근 미국 주도로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우리나라가 참여한 것과 관련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IPEF 가입을 우리 외교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중심의 선진국과 아세안과 같은 개도국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아세안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이들의 걱정을 완화시켜주는 과정에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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