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승원 한국회계학회장 "투자자 보호 위해 '가상화폐' 회계·공시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장윤서 기자 2022. 6. 2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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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에 대한 회계 인식 모호한 상황"
회계 선진화를 위해 '회계기본법' 제정 필요
유승원 한국회계학회장./장윤서 기자

“기업들이 보유한 가상화폐의 회계 처리 기준이나 공시 사항이 명확하지 않아, 회계담당자들도 감사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러한 가상자산 회계·공시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 및 법제화가 시급합니다.”

유승원 한국회계학회장(고려대 교수)는 24일 ‘2022 하계국제학술대회’가 열린 제주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테라·루나 사태로 불붙은 가상자산시장 투자 손실 논란이 일면서 가상자산 시장을 규제할 근거법 필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위메이드, 카카오게임즈 등 게임업체들이 연이어 가상화폐 발행에 나서면서, 이들 기업이 발행한 가상화폐 회계처리와 관련해 참조할 수 있는 회계지침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 학회장은 “회계는 기본적으로 자본시장과 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가상화폐는 발행하는 사람이나 법인이 이를 어떻게 발행하고 운영하는지 투자자들이 알기 어렵고, 감사인들도 이들 화폐 운영 및 발행에 대한 인증 기준이 없어 정보의 불균형이 심하고,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가상자산 회계 처리 기준과 관련해 이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는 지난달 회의를 통해 가상자산과 관련한 회계 처리, 공시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에 착수키로 했다. 국내에서도 관련 작업이 시작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유 학회장은 “국제회계기준(IFRS)도 가상화폐에 대한 기준이 없어, 회계담당자들도 가상자산에 대한 회계를 어떤식으로 인식할 것인지 모호한 상황”이라며 “정부에서도 이러한 가상화폐에 대해 명확하게 해답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계담당자도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와 같이 명확한 회계 규정이 없는 경우, 그에 대한 평가를 섣불리 하면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고 부실감사로 인한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위험부담이 크다”며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 및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감사인들도 이를 평가할 수 있고, 이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부연했다.

유승원 한국회계학회장./장윤서 기자

이와 함께 회계학회에서는 회계 선진화를 위해서는 ‘회계기본법(가칭)’ 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 기업 뿐 아니라 공익법인, 공공기관, 비영리법인, 의료기관 등 다양한 형태의 조직이 회계정보를 생산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조직별 근거법률이 다르고 주무관청이 달라 운영 상 비효율 뿐 아니라 재무제표 용어도 통일되지 않아 이용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유 학회장은 “회계 밑에 ‘감사’가 돼야 하는데, 현재는 감사 밑 회계 체계”라면서 “회계기본법 제정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고 외부감사를 강화할 수 있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회계학회는 국무총리 산하 회계담당기구를 신설하는 방법 등 총괄기구 신설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우리은행 등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대규모 횡령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회계분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유 부회장은 “문제가 터지면 회계 감사인을 지적하는데, 이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일부 기업의 횡령 등 이슈는 조금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기업 내부 회계 관리의 부실의 문제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 학회장은 “회계는 정보의 투명성 제고를 통해 절차에 대한 믿음을 마련해야 하는 일이다. 여기서 회계의 ‘어카운터빌리티(accountability)’라는 개념이 중요한데, 이는 결과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서 “사후 징계보다는 회계분식이나 부실 감사가 발생하지 않게 시스템 구축을 유도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회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회계의 위상도 자본시장 위주의 협소한 관점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재정립돼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영리법인 뿐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비영리회계 및 국가 회계의 활용성 강화 등 보다 넓은 관점의 사회 회계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맞닿아 있다. 이번 회계학회 하계 국제학술대회에서는 ‘공정과 신뢰 회복을 위한 회계 개혁’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발표가 진행됐다.

회계 영역에서의 ESG 중요성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유 학회장은 “글로벌 ESG 공시의 국제표준이 될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이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기후대응, 탄소중립 등과 관련된 비재무정보를 재무정보로 수치화하는 회계기준을 마련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회계학회도 단순 감사를 너머 ESG에서의 회계 책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준 마련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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