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 "어려워서 별 세개 표시해놨던 시나리오, 더 잘 해 보이고 싶었다" [인터뷰M]

김경희 입력 2022. 6. 24. 16:02 수정 2022. 6. 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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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에 감독상 수상까지 겹경사의 주인공인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해준'을 연기한 박해일을 만났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씨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해일은 "이제 장마 시작이라는데, 이런 습한 날씨랑 어울리는 영화죠?"라며 영화 말미의 '해준' 같은 표정을 지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살인의 추억'부터 '남한산성'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 새로운 얼굴로 거듭 변신하며 폭넓은 연기를 선보여 온 박해일은 '헤어질 결심'을 통해 연기 인생 첫 형사 역할을 맡았다. 청결하고 예의 바른 형사 ‘해준’으로 분한 박해일은 "처음 해보는 형사 캐릭터를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신인 배우 시절에 신입 경찰 역할도 많이들 하는데 저는 그것도 안 해봤다. 나에게 형사가 잘 어울릴까 싶어서 계속 미루고 있기도 했는데 아마도 이런 걸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되더라."라며 생애 첫 형사 연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존의 대중에게 익숙한 형사를 하는 게 어려웠다"라는 박해일은 "'해준'은 굉장히 충돌되고 모순적인 태도를 가진 캐릭터여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형사인데도 문학적이고 시적인 말투를 쓰더라. 탐문 과정 중 후배 형사에게 '슬픔이 잉크에 번지듯 서서히 스며드는 사람이 있다'라는 말을 한다. '해준스러움'을 잘 보여주는 대사였다"라며 '해준'이 보통의 형사와 다른 결의 캐릭터여서 연기하기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해준'에 대해 "품위 있고,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있는 인물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인물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자기 탐구를 많이 했다고 한다. "박찬욱 감독은 '덕혜옹주'에서 제가 연기했던 '김장한'에서 보였던 품위 있는 모습이 이 영화에서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직업적으로는 형사이지만 어른스럽고 상대에게 예의 있고 청결하고 정결하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제가 보지 못했던, 떠올 리 보지 못했던 인물이라 제가 갖고 있는 모습 중 뭔가가 그런 인물에 가까울지를 찾아내기 위해 저를 많이 탐구하며 캐릭터를 만들었다."라며 자기 속의 품위를 끄집어내며 캐릭터에 입혔음을 이야기했다.

또한 박해일은 "이 작품은 대사의 맛이 매력적이더라. 박찬욱 감독님이 정서경 작가와 오랫동안 작업을 통해 대사를 엄선하신 만큼 저도 대사의 맛을 품위 있게 살려보려고 노력했다."라며 문학적이고 시적으로 들리기도 하며 그래서 오히려 더 웃음을 자아내는 포인트가 되었던 대사가 매력적이었음을 이야기했다.

박해일의 내면 탐구를 통해 만들어 낸 '해준'이지만 관객들이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로 그는 박찬욱 감독과의 집요하고 탄탄한 캐릭터 준비과정을 들었다. "박찬욱 감독의 필모를 보면 굉장히 스타일의 개성이 강하시다. 그걸 드라마에 녹여내려는 의도가 강하신 분이다. '이렇게 말하는 게 '해준'과 가까울까요?'라고 대본의 말투 하나하나도 질문을 드렸다. 또 연기하는 손짓 하나까지도 짚어가며 잡아갔다. 주머니가 많은 의상을 왜 입는지, 슈트를 입는데 신발은 왜 운동화를 신는지, 운동화의 색깔은 왜 검은색인지 등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이유를 알아가며 차곡차곡 준비했다. 이런 준비과정을 거쳤기에 촬영할 때 수월해지고 명확하게 캐릭터가 드러날 수 있게 된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20개가 넘는 주머니가 달린 의상을 입는 캐릭터를 만든 박찬욱 감독도 대단하지만 그 주머니가 왜 필요한지 주머니 속에 어떤 것이 들어가는지를 물어보며 캐릭터를 준비했다는 박해일도 한 꼼꼼하는 성격 같았다.

'해준' 캐릭터를 온전히 박해일의 모습으로만 채웠냐는 질문에 그는 "박찬욱 감독스러운 부분도 있다. 현장에서 박찬욱 감독의 모습은 '해준'스럽기도 했다. 아주 사소한 예를 들면 현장에 텀블러를 들고 모니터 앞에 나타나신다. '해준'도 텀블러를 들고 백팩을 메고 출근한다. 감독님을 보고 '해준'의 소스를 얻은 게 많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감독님이 만드는 캐릭터 안에서 연기를 하다 보면 저의 성질도 활용해야겠지만 저도 감독님의 여러 면을 많이 관찰하는 편이다. 그분에게 보이는 모습 중 좋은 점들을 '해준'에 많이 활용했다"라며 원작자이기도 한 감독의 영향도 많이 받으며 캐릭터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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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이 연기한 '해준'은 캐릭터만 독특한 게 아니었다.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겪으며 몸으로도 많은 걸 보여줘야 했던 인물이었다. 그는 "초반에 감독님이 ''해준'이는 고생 좀 많이 해봐야 된다'라고 한마디 툭 던지셨다. 그때 바로 알아들었다. 말씀하신 대로 산과 바다와 여러 공간 안에서 다양한 일을 한다. '해준'은 유능하고 자기 일에 자긍심이 있기 때문에 형사로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자긍심을 가지는 인물인데 '송서래'로 인해 감정의 파고를 겪으면서 그가 육체적으로나 심정적으로 고생해야 하는 여러 상황들이 정말 가지가지 상황으로 펼쳐진다. 고생은 정말 많이 했다. 계단을 오르는 장면도 맨 위 계단까지 힘든 단계가 있었는데 그 모든 단계를 발목 접질리지 않고 꾸준히 끝까지 안전하게 오른 자신에게 칭찬하고 싶다"라는 말로 극 중에서 보이는 장면들을 위해 많은 고생을 했음을 이야기했다. 그런 고생을 한 덕인지 박해일이 연기한 '해준'은 정말 형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수사할 때가 가장 즐거운 사람이라는 게 잘 드러났다. 박해일도 "배우로서 매력적인 모습을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다치지 않고 잘 뽑아내면 좋겠다 싶었고 시나리오보다 더 잘 해 보이고 싶었다"라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연기하면서 정말 어려웠던 장면은 무엇이었을지, 혹시 그 다사다난했던 고생하는 장면은 아니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으나 박해일의 답은 의외로 감정 신이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렵겠다고 생각되는 장면에 별표를 해둔다. 별 하나 짜리부터 별 세 개짜리까지 나눠서 체크를 해두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 현장에서 별 세 개짜리가 하나 차리로 변하는 순간도 있고 별 세 개짜리가 다섯 개짜리가 되는 것도 있다. 이번 작품에서 별 세 개짜리의 장면은 '송서래'에 대한 의심을 확인하기 위해 산에 갔다가 집에 와서 기다렸다 감정을 토로하는 장면이었다. 감정적으로도 중요했고 대사도 중요해서 그 장면은 촬영 전부터 많이 신경을 썼다. 세트가 완성되지 않은 시점부터 미리 세트에 가서 옆에서 미술팀이 작업하는데 그 옆에서 연극할 때 리허설하듯 혼자 가서 맞춰보고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물론 현장 당일은 감독님의 디렉션으로 상황이 바뀔 수도 있지만 그 장면은 정말 많은 준비를 했던 장면이다."라며 관객들도 놀라움과 충격에 캐릭터의 내면으로 한걸음 더 가까이 들어갔던 장면을 어떤 준비과정을 거쳐 만들어 냈는지를 이야기했다.

또 하나 박해일에게 어려웠던 장면은 후반부 해변과 바닷가 장면이었다고 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이 몰아치는데 '해준'의 엇갈리고 답답했던 마음이 이해되는 정서를 연기로 보여줄 때도 큰 숙제였다. 박찬욱 감독이 가장 중점을 두고 관객에게 잘 설명하고 싶은 장면이기도 했고 박찬욱식의 감정 톤으로 설명해 줘야 하는데 배우인 제가 대신 전달해야 하니 박 감독님이 원하는 톤을 제가 잘 끄집어내고 싶었다. 감정적으로도 참 어려웠는데 바닷가의 만조도 큰 문제였다. 추운 겨울이었고, 만조가 되는 상황도 한두 달에 한 번 있는 날을 잡은 거였다. 제 연기나 제작진의 세팅이 실패하면 다시 한 달을 기다려야 만조를 만날 수 있고 재촬영도 가능한 상황이어서 심적인 부담도 너무 컸다. 가장 난도가 높았던 장면이었다"라며 긴박하고 압박감이 엄청 컸던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박해일이 이렇게 설명하기 전에는 사실 이 장면이 이렇게까지 힘들게 찍은 장면인지 알 수 없었다. 주인공의 휘몰아치는 감정과 짐작할 수 없는 남녀의 미래가 거침없이 밀려들어오는 만조의 바닷물과 어우러져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명장면이었다. 그런 장면이었기에 쉽게 탄생하는 게 아니었나 보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을 어른들의 로맨스라고 설명했었다. 박해일은 "보통은 '사랑해'라는 말로 감정을 표현한다면 이 작품에서는 멜로와 로맨스 사이의 어느 지점에 박찬욱식의 색깔이 있다. 애써 에둘러 표현하면서 그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방식이다. 정말 작은 것을 배려해 주는 것들이 누적되어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는 식이다. 한 번에 알 수 없는 감정이다."라며 자신이 느낀 어른들의 로맨스는 어떤 것이었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기존에 박찬욱 감독님이 보여주셨던 연출 방식은 객석으로 다가가 감정에 스크래치를 내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관객이 고양이가 돼서 서서히 '해준'과 '서래' 가까이로 와서 보고 듣고 그들의 표정을 읽어보게 되는 식의 영화로 만들어내셨다. 관객을 가까이 유도하는 영화다."라고 '헤어질 결심'을 이야기하며 "그런 방식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참여하면서 즐기고 싶었다. 감독님의 지난 작품보다는 이번 톤을 만난 게 너무 행운이고 좋았다"라며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헤어질 결심'은 6월 29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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