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소 찾은 500명 중 200명 사망"..열악한 여건으로 지진 피해 커지는 아프간

김혜리 기자 2022. 6. 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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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이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파크티카주 가이안에서 23일(현지시간) 한 소녀가 무너진 집 앞에 앉아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오늘 아침 진료소를 찾은 500명 중 200명이 죽었습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새벽 아프가니스탄을 강타한 지진의 여파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피해지역 대부분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산악지대인데다가 최근 폭우로 구조와 이송이 더욱 어려워지면서다. 지진이 발생한 파크티카주와 호스트주가 난민 등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라 대응 여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지진 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 중 하나인 파크티카주 가이안의 진료소에서 일하는 무함마드 굴은 “지금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들은 수십명이지만 나는 이들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고 현지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가 근무 중인 진료소는 애초에 가벼운 질환만 치료하던 클리닉으로, 응급처치 전담 인력조차 없던 곳이다. 그마저도 시설이 전부 파괴돼 현재 이곳에선 의사 2명이 야외에서 환자들을 겨우 살피는 중이다. 현지 날씨까지 피해를 키웠다. 뉴욕타임스는 집을 잃은 수천 명의 주민이 갑작스러운 추위 속에서 밤을 지새웠고 일부 지역엔 눈과 비까지 내렸다고 전했다.

인근 지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도 현지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웃도시 가즈니에서 온 한 의료진은 “상처를 씻어낼 깨끗한 물조차 없고 날씨도 매우 덥다”면서 “곧 감염이 퍼질 것 같다”고 BBC에 말했다. 알자지라는 파크티카주 의료 당국이 진통제와 항생제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지역 병원들은 자원 부족으로 환자들을 돌려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해당 지역엔 헬리콥터도 없어 환자들은 차를 타고 인근 도시로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에 놓였다. 유엔은 해당 지역에서 콜레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제구호단체들은 현장에 식량, 의약품, 긴급 대피소 등을 급히 투입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파크티카주·호스트주에 헬리콥터와 수십대의 구급차를 파견해 의약품과 의료장비 제공에 나섰고, 유엔은 아프간에 의료팀을 파견하고 의약품을 배포했다. 하지만 탈레반 정부가 대형 재난을 감당할 만큼의 행정력을 갖추지 못한데다 서방의 제재 등으로 국제기구의 현지 활동도 크게 위축된 상태라 구호 작업은 쉽사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이후 미국과 서방 동맹들이 아프간 정부 외환 계좌를 동결한 가운데 유엔은 우회적으로 달러를 아프간 화폐로 바꿔서 원조를 시도하려 했으나 탈레반이 협조적이지 않아 구호가 늦어진다는 입장이다. 또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부총장은 이날 안보리에 탈레반과 지방 당국이 우선순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원을 제공하는 등 구호 수혜자를 뽑고 있다며 인도적 지원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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