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십 없어도 에로틱한 탕웨이-박해일..박찬욱 감독 "좋은 케미일 수밖에"(종합)[EN:인터뷰]

배효주 2022. 6. 2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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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배효주 기자]

"어떤 '결심'을 할 때는 성공하는 일이 드물다. 살 뺄 결심도 잘 안 되고.. 결심이란 단어는 실패와 곧 연결된다. 헤어질 결심을 하지만 끝내 헤어지지 못하거나 굉장히 고통스럽게 헤어지는 그런 것이 연상됐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런 결심까지 필요하나' 싶은."

영화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은 6월 24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제목을 이렇게 정한 이유부터 탕웨이-박해일 조합을 생각하게 된 과정 등을 밝혔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자, 박찬욱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독보적인 아우라의 탕웨이가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 앞에서도 쉽사리 동요하지 않는 사망자의 아내 '서래'에 완벽하게 녹아든 열연으로 모두의 마음을 뒤흔든다. 단단한 연기 내공의 박해일은 '서래'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품는 담당 형사 '해준'을 맡아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탕웨이를 캐스팅하기 위해 이 영화 주인공을 중국인으로 정했다"고 이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박찬욱 감독은 "탕웨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로 창조된 것이 '서래'다. 캐릭터에 맞는 배우를 캐스팅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전엔 탕웨이와 사적으로 알지는 못했다"고 말한 박찬욱 감독은 "전작에서 갖고 있던 막연한 인상과, 그녀의 매력이 뭔지 생각했고, 한편으론 궁금했다. 제가 알고 있던 탕웨이는 '색,계'와 '만추' 속 그녀였다. 각본 완성 전 탕웨이 씨를 만나 캐스팅을 제안하며 실제로 보니까 생각보다 장난기가 있는 사람이었다. 고집스러운 면도 있었다. '나는 이렇게 해야 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의 작업 방식은 이런 거다' 하는 식의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어서, 그런 면들을 각본에 반영했다"고 전했다.

탕웨이에 대해 "지독한 프로페셔널"이라고 표현한 박찬욱 감독은 "한국어 대사를 소리나는 대로 달달 외워 앵무새처럼 흉내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기초 문법부터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미련하리만큼 우직하게 한국어를 배웠고, 자기 대사뿐 아니라 상대의 대사까지 다 외웠다. 발음은 우리와 똑같지 않을지라도, 조사 하나 어미 하나까지 본인의 의도와 해석이 담겼다"고 말했다.

강혜정, 이영애, 김옥빈, 김민희, 김태리 등 박찬욱 세계 속에서는 유독 여성 캐릭터가 돋보인다. 박찬욱 감독은 "여성과 남성을 구별해 어떤 것을 더 공들여서 창조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남녀노소 똑같은 정성으로 대한다. 캐릭터를 만들 때 '남성이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한다', 반대로 '여성이 이렇게 행동해도 되나' 하는 식의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한 명 한 명의 개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박해일을 생각하며 '해준' 캐릭터를 썼단 박찬욱 감독은 "다른 영화에서 보여준 적 없는 실제의 박해일, 담백하고 깨끗하며 상대를 배려하는 '인간 박해일'을 이 캐릭터에 도입하자는 생각을 하고 썼다. 그렇기 때문에 '해준' 속에 박해일의 모습이 보이는 게 당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준'은 경찰은 공무원이라는 확고한 직업 의식을 가진 사람이다. 시민에게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데서 그의 모든 것이 출발한다. 수트와 넥타이를 착용하는 고지식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이 자기의 윤리를 배반하게 되는 처지에 놓일 때의 딜레마와 고통이 커질 거라고 봤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탕웨이-박해일 조합에 대해서는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좋다 혹은 나쁘다가 이미 정해져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감독의 연출력에 달린 문제"라며 "'이 사람들은 타고난 게 안 맞는다'는 건 없다고 본다. '이 조합은 머리에 잘 안 그려진다'고 하는 독특한 조합이 있다고 해도, 그들이 좋은 연기를 하고 좋은 감독을 만나면 좋은 케미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고 말해 관객의 기대를 높였다.

영화 삽입곡이자 엔딩 테마곡으로 정훈희의 '안개'를 사용했다. 박찬욱 감독은 "정훈희 씨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가수"라며 "이 영화에는 안개도 나오고, 파랑으로 보였다가 녹색으로 보였다가 하는 드레스도 나온다. 이처럼 여러 불분명하고 불확실한 상태나 상황, 감정 같은 게 이 영화에 있다. 그게 다 이 노래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준'의 직장인 경찰서도 우리가 한국영화에서 흔히 보던 모습이 아니다. 박찬욱 감독은 "한국 경찰서가 어떻게 생겼는지 다들 잘 알고 있다. 사실적으로 묘사해야 '저건 경찰서 같네' 라고 생각하실 텐데, 그런 데서 찍을 순 없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 못 찍는다. 관공서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장소를 찾았고, 옛날 한국은행 건물에서 찍었다. 저와 미술감독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수위의, 최소한 보기 싫지 않은 공간을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가장 공들인 장소는 클라이맥스의 해변이다. 박찬욱 감독은 "어떤 로케이션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며 "산 모양으로 생긴 바위가 있는 곳이다. 소나무도 있고. 거대한 수석으로 보이기도 하고, 축소된 자연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런 장소다. 동해안과 서해안을 합해서 찍었다"고 설명했다.

형사 '해준'은 살인 용의자이면서 노인 간병일을 하는 '서래'를 수사하면서, 동시에 그를 향한 마음을 품는다. 박찬욱 감독은 "남편이 죽었는데 바로 일하러 나가고, 결혼 반지도 빼는 '서래'는 의심스러운 사람이다. '서래'가 하는 '죽은 남편이 산 노인 돌보는 일을 방해할 수 없다'는 말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이 정당하다. 오히려 '해준'은 그런데서 '서래'에게 끌리게 된다. 자기 자신과 비슷한, 그의 표현대로는 '같은 종족'인 것이다. '서래'는 직업 윤리에 철저하고 프로페셔널한, 일을 잘 하는 사람이고, '해준'은 '저런 사람 멋있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인간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의심스러운 요인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인간적으로 끌리는 부분이 되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킨십 없이도 탕웨이와 박해일은 아슬아슬한 텐션을 유지한다. "에로틱한 샷을 구사하기 위해 배우에게 어떤 표정을 주문하거나 하지 않았다"고 말한 박찬욱 감독은 "하지만 관객이 그렇다고 느끼는 것은, '에로틱하다' '섹시하다'는 류의 감정이 얼마나 정신적인 것인가 하는 증거라 생각한다. 육체적인 터치보다 사랑과 관심 같은 종류의 감정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성적인 즐거움까지도 유발하는지를 알려주는 증거"라고 했다. 이어 "관능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순수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박찬욱 감독은 "여기서 '순수하다'는 것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는 말이 아니다. 정치적 메시지라든가, 감독의 주장 같은 것을 포함시키지 않은. 그리고 영화적으로 화려한 볼거리나 기교 같은 것이 없는, 영화를 구성하는 최소의 요소로 간결하게 구사해서 깊은 감흥을 끌어내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받아들여질지 아닐지 처음엔 잘 모르겠더라. 너무 구식으로 보일 수도 있겠단 걱정도 있었고, 현대에는 오히려 이런 영화가 더 새로워보일 수도 있겠단 기대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영화 제목인 '헤어질 결심'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마치 독립영화 제목 같다고 걱정을 해주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 저는 좀 당황했다. 독립영화 제목이 따로 있나? 싶었다. '그런가요?' 반문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서경 작가와 대화를 통해 제목을 떠올릴 때가 많다. '아가씨' 때도 그랬다. 이번에도 트리트먼트를 쓰는 단계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서래가 헤어질 결심을 하나요?'와 같은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질 결심'이 제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이 제목이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는, 관객이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라며 "우리들이 결심을 할 때는 성공하는 일이 드물다. 살 뺄 결심도 잘 안 되고, 하여튼 결심이란 단어는 실패와 곧잘 연결된다. 헤어질 결심을 하지만 끝내 헤어지지 못하거나 굉장히 고통스럽게 헤어지는, 그런 것이 연상됐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런 결심까지 필요하나' 하는 생각"이라고 해 영화에 대한 관객의 호기심과 기대를 높였다.

29일 개봉.(사진=CJ ENM 제공)

뉴스엔 배효주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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