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선고' 권재찬, 안인득·이영학처럼 무기징역 감형 될까

이환직 2022. 6. 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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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인간성 회복 가능성 없어" 사형 선고
범행 원인 피해자들에 전가하는 태도 보여
안인득 등 1심 사형 → 2심 무기징역 감형
"권재찬은 중범죄 반복해 사형 유지 가능성"
50대 여성 지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유기하고, 시신 유기를 도운 공범까지 살해한 권재찬이 지난해 12월 14일 인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중년 여성과 시신 유기를 도운 공범을 잇달아 살해한 권재찬(53)이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범 안인득(45)과 '어금니 아빠' 이영학(40)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권재찬도 사형을 피하기 위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권재찬에게 사형을 선고한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이규훈)는 전날 선고 공판에서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재판부는 "사형이 피고인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 형벌"이라고 전제했다.


"우발적·충동적 범행 아냐"

재판부는 △권재찬이 단순히 궁핍한 경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피해자 A(59·여)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살해했고 △범행 도구로써 또다른 피해자 B(49)씨를 유인해 이용한 다음 추가로 살해해, 범행 동기나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권재찬이 △범행 수법 관련 내용을 사전에 검색하고, 범행 도구인 수면제를 미리 처방받는 등 범행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했던 점 △목적과 의도에 따라 피해자들을 순차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하고 증거를 인멸한 다음 국외 도피 시도를 했던 정황을 보면 우발적이거나 충동적 범행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권재찬이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후회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피해자들이 받았을 고통이나 사건이 사회에 미친 영향을 감안하면 범행 결과가 매우 중대하다고 봤다. 실제 권재찬은 "A씨가 자신에게 강압적으로 행동했고 성적으로 모욕적 언사를 한 데다 구두로 때리는 등 폭행해 홧김에 살해했다"거나 "B씨가 자신에게 범죄수익을 독차지하려는 게 아니냐고 화를 냈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가버리는 바람에 몸싸움이 발생해 살해했다"고 진술하는 등 수사 과정에서 범행 원인을 피해자들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1991년 이후 대부분 교도소서 수용생활

재판부는 "피고인이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실히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 사실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교화 가능성이 있다거나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권재찬은 실제로 수차례 강력범죄를 저질러 1991년 이후 대부분 교도소에 수용된 상태로 생활했다.

그는 1992년 6월 서울고법에서 강도상해죄와 강도강간죄 등으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고, 1998년 2월에는 인천지법에서 특수강도강간죄 등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2003년 12월에는 서울고법에서 강도살인죄와 밀항단속법 위반죄 등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2018년 3월 만기 출소한 권재찬은 3년 8개월 만에 이번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현행법상 가석방이나 사면 등을 막는 '절대적 종신형'이 도입되지 않아, 무기징역형이 사형을 온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도 양형 이유로 꼽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물론이고 유족들도 평생 치유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었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데다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며 "범행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인간 생명을 경시하는 범죄 예방과 동일한 범행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안인득·이영학,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

여중생 살인 및 사체유기 사건 피의자인 이영학이 2017년 10월 13일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앞서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안인득과 이영학은 결국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안인득은 2020년 10월에, 이영학은 2018년 11월에 각각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권재찬도 법정에서 "술과 약에 찌들어 정신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2019년 4월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혐의(살인·현주건조물 방화 등)로 재판에 넘겨진 안인득은 이듬해 6월 2심에서 심신미약 상태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2017년 9월 중학생 딸의 친구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성추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등)로 기소된 이영학은 2018년 9월 2심에서 범행이 우발적이었고, 정신상태가 불안했다는 이유로 감형됐다.

권재찬은 강도살인 등 중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질러 수십 년간 복역했고, 치밀한 계획 범죄라는 점에서 감형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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